‘석탄 중단’ 문구도 ‘감축’으로…반쪽 합의 내고 끝난 COP26

2021.11.14 20:51 입력 2021.11.14 21:03 수정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후위기 손실 보상 담은 합의안 도출

“수치스러운 직무유기” 혹평…‘2050년 석탄감축’ 한국, 국제 압력 커져

<b>COP26의 장례식</b>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식이 열린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대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 기후대응 운동가들이 실패로 끝난 COP26과 그로 인해 희생될 지구를 추모하는 장례식을 거행하고 있다.  글래스고 | AFP연합뉴스

COP26의 장례식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식이 열린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대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 기후대응 운동가들이 실패로 끝난 COP26과 그로 인해 희생될 지구를 추모하는 장례식을 거행하고 있다. 글래스고 | AFP연합뉴스

지구의 명운이 달린 기후합의 진전이 다시 수년 뒤로 미뤄졌다. 14일 동안 197개 국가에서 온 정부대표단 4만여명이 머리를 맞댄 끝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합의안이 나왔지만, 기후위기를 막아내기에는 한참 부족한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탈석탄 등 주요 내용이 빠져 있는 데다 일부 조항은 애매한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약을 재확인하고, 기후변화협약 최초로 화석연료와 기후위기 손실보상 관련 내용이 언급된 것은 작은 성과다.

글래스고 합의의 대표적 진전 사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최초로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부분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글래스고 합의에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단계적 탈석탄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온실가스 배출 3위 국가인 인도가 빈곤 문제와 싸워야 하는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이유로 협상 막판에 합의문의 석탄 사용 ‘중단’ 문구를 ‘감축’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한 것이 관철됐다. ‘탄소 배출’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치킨게임’이 여전한 것이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데 모든 대표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실망을 이해하지만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기준도 모호하며,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 제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제 비정부기구 액션에이드는 “100년 넘도록 석유나 가스를 생산해온 부유국에 무료 통행권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이상기후 적응을 돕기 위한 기금을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두 배로 증액하기로 했다.

또 기후위기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간 개도국은 선진국에 친환경 전환 지원금뿐 아니라 기후위기 피해 보상금도 지불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와 함께 각국은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이내가 될 수 있도록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년 다시 내기로 했다. 이번 총회에서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은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NDC를 제출했다. BBC는 COP26에서 각국이 제출한 NDC대로라면 상승폭이 2.4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탄소 배출 거래권과 관련된 파리 기후변화협정 6조 세부이행규칙도 6년 만에 진전됐다. 이번 합의에서는 한 국가가 개도국 등 다른 나라의 탄소감축을 도와준 해당분을 자신들의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길도 열렸다. 다만 개도국과 원조국의 감축분이 이중 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자 협의를 통해 감축분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섬나라 정상들과 세계 각국의 기후정의 운동가, 학자, 정치인 등은 이번 합의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장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아미나스 쇼나 환경기후변화장관은 총회장에서 “1.5도냐, 2도냐의 차이는 우리에게 사형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메리 로빈슨 전 유엔인권위원은 “사람들은 이것을 역사적으로 수치스러운 직무유기로 볼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번 글래스고 합의로 한국도 탄소 배출 감축 압력을 한층 더 받게 됐다. 한국 정부는 당초 2050년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번 석탄감축 협약은 2030년까지다. 한국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2030 NDC를 발표했지만 1.5도 목표 달성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COP26 발표 사항은 ‘합의’ 형식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은 약속된 기한까지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시행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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