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 막으려 ‘금 모으기 운동’ 확대…효과볼까?

2022.02.10 16:42 입력 2022.02.10 16:59 수정

터키 이스탄불의 한 귀금속 상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둘러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의 한 귀금속 상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둘러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 정부가 대국민 ‘금 모으기 운동’을 확대 시행한다. 최근 터키에서는 급격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금붙이가 자산 가치 보존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백억달러 규모 금을 은행 시스템에 안으로 끌어들이고 리라 가치 폭락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을 방문 중인 누레딘 네바티 터키 재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금 모으기 운동 확대 실시 계획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네바티 장관은 정부 추산으로 터키 국민들이 가정에 보관 중인 금이 약 2500억달러(약 299조원)에 달한다면서 이 중 10% 정도가 은행에 유입돼 리라로 환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3만여개 귀금속 상점들이 금 모으기 운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터키 정부는 이렇게 거둬들인 금붙이를 가공해 금괴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터키 정부는 이를 위해 5개 금제련소와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금괴는 터키 중앙은행에 보관될 예정이다. 네바티 재무장관은 금 모으기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터키 현지매체 아나돌루아잔스는 금 모으기에 동참하는 국민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구체적인 조치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는 이렇게 모은 금을 필요시 달러로 바꾼 뒤 시장에 공급해 리라화 가치를 안정화하는 데 쓸 것으로 예상된다. 리라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수입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물가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른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라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지난해 44%까지 떨어졌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기준금리 대폭 인상에 반대하면서 리라화 폭락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 기반한 통치를 강화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높은 이자 수취를 금기시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금 모으기 운동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터키에서는 한국에서처럼 결혼, 생일 때 선물로 금붙이를 주는 것이 전통이다.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터키 국민들의 금 선호현상은 더욱 강화됐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금 선호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터키 정부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230억달러 어치 금이 걷히는 등 성과가 있다면서 확대 시행 계획을 밝히고 있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리라화 가치 폭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투자설명회에 참석자는 FT에 “통화 가치의 결정 요인은 금리”라면서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의 기준금리는 현재 14%지만 실질금리는 -35% 수준이다. 1월 물가 상승률이 48.7%를 기록한 영향이다. 다른 참석자는 터키의 실질금리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오르기 전에는 터키 투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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