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공직 할당제 폐지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로 유혈사태가 빚어졌던 방글라데시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 또 한 번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무력을 동원하면서 최소 2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비롯한 전역에서 수 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지역 공공기관과 차량 등에 불을 지르며 하시나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저항에 돌입하겠다며 세금과 각종 공과금 납부를 중단하고, 노동자 동맹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하시나 총리는 인터넷을 차단했고, 이날 오후 6시부터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겠다고 선포했다. 거리에 배치된 경찰은 수류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총성이 울렸다는 목격담도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병원과 경찰 자료를 토대로 최소 27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추산했다.
앞서 방글라데시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번졌다. 이 제도는 유공자 자녀들에게 정부 일자리 30%를 할당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에도 반대에 부딪혀 한차례 폐지됐던 제도를 정부가 다시 부활하려 하자 취업난, 경기 침체, 정부 부패에 질린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때도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경찰관을 포함해 최소 205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은 집계했다. 전국에서 체포된 인원은 1만10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탄압·고문으로 얼룩진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국가 폭력” 비판도
https://m.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2407231648011
최근 대법원이 공직 할당 비율을 30%에서 5%로 줄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위가 잠시 잦아들었다. 그러나 지도부 석방, 무력 진압 책임자 처벌 등 추가 요구사항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자 시위대는 다시 거리로 나와 하시나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시나 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 회의를 마치고 “지금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테러리스트”라며 “우리 국민들에게 강력한 힘으로 이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