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불임 피해자에 대한 보상 법안 초안이 마련됐다고 19일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한국 헌법재판소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가 강제불임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조치다. 법안은 최고재판소 판결에 포함되지 않은 임신중지 수술 피해자도 보상 대상으로 포함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초당파 의원연맹은 옛 우생보호법에 따른 강제불임 수술 피해자에 대한 보상 법안 골격을 전날인 18일 정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의원연맹은 강제불임 수술 피해 당사자에 대해선 1500만엔(약 1억4000만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 국회가 2019년 제정한 피해자 구제법은 1인당 320만엔(약 298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보다 5배가량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의원연맹은 피해자의 배우자에게는 500만엔(약 4650만원)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불임 수술 없이 임신중지 수술만 받은 사람도 보상 대상에 포함됐다. 수술 횟수나 아이의 유무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00만엔 일시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임신중지와 관련해서는 최고재판소 판결이 없어, 의원연맹은 교통사고로 인한 태아 사망 위자료 판례 등을 활용해 이같은 안을 정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마이니치는 “법안은 최고재판소 판결이 제시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넘어, 원고 측 변호인단이 요구하는 형태로 결론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의원연맹은 추가 피해 실태 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의 경우 제3기관에 위탁하는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 홍보는 과제로 남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옛 우생보호법에 의한 불임수술은 2만4993건이나, 현행 일시금 지급 사례는 7월 말 기준 1129건에 불과하다. ‘가족이 모른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등 개인 상황을 고려해 일본 정부는 일괄 통지 대신 한국 지방자치단체 격인 도도부현이 피해자에게 개별 통지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피해자가 피해 보상 제도의 존재를 몰라 구제를 요청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외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기록도 찾기 어려운 임신중지 수술의 경우 피해 인정에 어려움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아사히는 진단했다. 아사히는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화하고 있어, 보상을 위해 한시의 유예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제불임이란 장애인이 자녀를 낳지 못하도록 일본 정부가 강제한 임신중지, 생식기 제거 수술 등을 뜻한다. 나치 독일의 ‘단종법’을 따라 1948년 제정된 옛 우생보호법에 의거해 이뤄졌다. 일본 국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불임수술을 받은 2만4993명 중 강제로 수술을 받은 경우가 1만6475명으로 3분의 2에 달했다. 현지 언론 등은 “전후 최대의 인권 침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7월3일 옛 우생보호법에 따른 정부의 불임수술 강요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피해자를 상대로 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