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프로젝트 반대하는 기후 활동가 겨냥한 듯
도로 점거 시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보안법’이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거리 시위자에게 최대 징역 2년을 구형할 수 있어 사실상 정권 반대 목소리를 억압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의 건설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기후 활동가들을 특히 겨냥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하는 새 보안법이 지난달 중순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에서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다. 기존 법안은 ‘도로와 철도에서 신체를 이용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2명 이상이 저지른 경우’에 대해 1000∼4000유로(약 147만∼591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였지만, 새 법은 최고 2년의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현지에서 이 법은 비폭력 평화 시위를 억압한다는 뜻에서 ‘반간디법’이라고도 불린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4월 토리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부처 장관급회의 (반대) 시위 같은 골치 아픈 일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당시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세계 지도자들 사진에 불을 지른 바 있다.
AFP는 특히 이 법안이 마테오 부총리가 추진 중인 두 가지 인프라 프로젝트인 프랑스 토리노-리옹 간 고속철도 건설과 메시나 대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상원까지 통과할 경우 이탈리아에서 거리 시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인권단체 안티고네의 파트리치오 곤넬라 회장은 “새 보안법은 반대를 범죄화하기 때문에 위험한 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성숙한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자의 항의가 보호돼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녹색좌파연합은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진정한 공격”이라고 했다.
반면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은 “정부는 국가의 공공질서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없는 한, 시위를 금지한 적이 없다”며 “다만 시위의 권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할 권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권리, 응급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폴리티코 유럽판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선량한 사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새 보안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 보안법은 임신부나 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범죄자의 구금 유예 조항을 삭제하고, 수감 조건에 항의하는 수감자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이탈리아 지부의 리카르도 누리 대변인은 “몇몇 조항은 개인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데 있어 억압적인 효과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