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 유화제로 ‘2차 오염’ 비상…기름 가라앉아 생태계 파괴

2007.12.09 19:01 입력

해양 오염사고는 방제 작업 이후가 더 큰 문제다. 해양 유류오염 방제에 사용되는 유화제에 대한 2차오염 때문이다. 해경 등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를 수습하면서 9일 현재까지 1164㎘의 유화제를 바다에 뿌렸다. 유화제는 바다에 떠있는 기름띠를 응고시켜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응고된 기름덩어리가 사라지지 않고 꽃게·전복 등 바다 밑에서 서식하는 저서생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어민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유화제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인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沙丘)에서 겨울 철새인 뿔논병아리 한 마리가 기름범벅이 된 채 날지 못하고 굳어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태안군 소원면 조모씨(47)는 “유화제 피해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바다 전역으로 퍼지면서 양식 어장뿐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며 “사고 해역의 내년 작황은 불 보듯 훤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남도 이홍집 해양수산과장은 “유출된 기름을 모두 빨아들여 수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현장 상황이 워낙 다급해 일부 유화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리포 등 해안에서 이뤄지는 방제 방법도 문제다. 기름 제거를 위해 수천명 인력들이 백사장을 밟고 돌아다닐 경우 표면의 기름이 모래나 갯벌 속으로 유입돼 보다 심각한 2차 오염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 당국에선 해수욕장 등 백사장에서는 작업인력들이 모래 위를 걷지 말고 나란히 줄을 서서 수거된 기름을 ‘전달’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수거된 기름덩어리 처리도 숙제다. 태안 일대 해안에서 수거된 기름은 현재 마땅히 저장할 곳이 없어 구덩이를 파 임시보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 토지 및 식수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태안|윤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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