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배우러 가는 여행이었다. 수학여행이었다. 배울 것은 차고 넘쳤다. 열여덟은 자고 일어나면 조금 크고, 자고 일어나면 조금 더 클 때였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서도,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에서도, 친구들과 소곤거리며 나누는 대화에서도 배울 때였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여행이었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든, 여행의 시작과 끝은 이미 상관없었다. 누구와 버스 옆자리 짝이 될지, 누구와 같은 방을 쓰게 될지를 더 고민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꺄르르 웃고, 해가 내리쬐면 또 그대로 꺄르르 웃는 여행이었다. 여행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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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여러 질문을 남겼다. 참사 초기에는 ‘침몰 원인’에 집중하며 진상조사로 이어졌다. 3개나 되는 위원회가 7년 동안 진상조사에 착수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월호가 왜 물리적으로 침몰했는지를 두고 하나의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하자 다음 질문은 ‘참사 책임자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로 넘어갔다. 책임자 처벌 여론이 커졌고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임직원, 해양경찰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 대한 기소가 신속하게 이뤄진 건 아니었다. 2014년 검찰은 뒤늦은 구조 등의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해경 지휘부와 대통령, 청와대를 수사하지 않았다. 2019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출범하고 재수사가 이뤄진 뒤인 2020년 2월에서야 해경 지휘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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