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 해안에서 고려-송나라 무역했던 상단의 실체가 확인됐다.

2018.12.27 09:43 입력 이기환 선임기자

마도 앞바다에서 확인된 묵서명 자기류. 특히 상단 표시인 ‘강(綱)’ 자 도자기가 눈에 띈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충남 태안 근흥면 마도해역에서 송나라·원나라 시대 묵서명 도자기가 다량 인양됐다. 특히 여·송(고려와 송나라) 무역에 참여했던 상단(商團)을 표시한 명문 도자기가 나옴으로써 마도해역 일대가 동북아 해상교역 중간 기착지이 입증됐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마도해역에서 발굴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7일 “이번 수중 문화재 조사에서 송·원대 묵서명(墨書銘) 도자기와 고려청자, 닻돌, 선상 생활용품 등 113점의 유물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마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창자류. 고려청자 51점, 분청사기 4점 등이 나왔다.

이번 발굴에서 눈에 띄는 유물은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서 제작된 송원대 도자기와 북송 시대 동전인 원풍통보 등이다. 특히 7점의 송원대 도자기 밑면에는 여송무역에 참가했던 상단(商團)의 표시인 ‘○綱(강)’이 묵서로 남아 있었다. ‘강’은 상업적 거래를 하는 회사 또는 단체어이다. 이 묵서 도자기는 중세 한·중 교류관계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중에 있는 도자기 모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또 이번 발굴에서는 고려청자 51점, 분청사기 4점 등이 확인됐다. 일부 침몰 선체의 저판재 주변에서는 다량의 석탄도 함께 발견됐다.이밖에 선박의 정박용 도구인 닻돌 15점이 나왔다. 선원들이 사용한 선상 생활용품으로는 벼루, 숫돌, 청동숟가락, 청동받침, 동곳(상투가 풀어지지 않게 꽂는 물건) 등이 발견됐다. 특히 항해생활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식수, 식재료 등을 담았을 것으로 보이는 생활 도기들이 깨진 채로 다량으로 나왔다.

이곳 마도 앞바다가 시대별로 수도로 가는 항해선박의 중간 기착지이자 침몰이 빈번했던 해역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곳 마도 앞바다는 고려의 벽란도(예성강 하구)와 조선의 한양으로 가기 위한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고려 시대 선박인 마도1호선 등 침몰선 4척이 발견되어 수중발굴조사가 진행되었던 지역이다.

마도 앞바다는 특히 물길이 험하여 난행량(難行梁)이라 일컬어졌다.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의 <도려도경>은 “사신들이 머물고 가는 객관(안흥정)이 태안 마도에 위치해 있다”고 기록했다. <고려사>도 고려를 왕래한 송나라 상인의 수가 135건 4,976명으로 기록했다. 기록에 없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수많은 사신과 상인들이 마도 앞바다를 경유하여 고려 시대 예성강 입구의 국제항 벽란도에 출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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