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한국 기업 수당 축소에 항의 시위진압… 경찰이 실탄 발사 여성 노동자 1명 숨져

2014.01.10 21:11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잇달아 유혈 시위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신문 다카트리뷴은 10일 방글라데시 치타공 수출가공공단에 있는 ‘영원무역’의 카나풀리 신발공장에서 수당 축소에 반발한 노동자 5000여명이 전날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시위에 참여한 20세 여성 노동자가 숨졌고, 경찰 5명을 포함한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가 벌어진 날은 월급날이었다. 월급을 받아든 노동자들은 원래 받기로 한 액수보다 금액이 적다며 공장 안에서 점거 시위를 벌였다. 부상을 당한 노동자 딘 모하마드는 “우리 손에 쥐어진 돈은 1000~1200다카(약 1만6400원)뿐이었다”면서 “월급에서 공제하는 점심 식대가 52다카에서 갑자기 650다카로 올랐다”고 다카트리뷴에 말했다. 반면 교통비 수당은 450다카에서 200다카로 절반 이상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4월 의류공장 건물이 붕괴되면서 1100여명이 사망한 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최저임금을 3000다카에서 5300다카로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의류노동자에게만 해당될 뿐 신발업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AFP통신은 이번 시위가 “최근 한국, 대만, 일본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며 빠르게 성장하는 신발제조 업계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시위”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영원무역은 신발 제조 노동자들에게도 당국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반영해줬다고 들었다”면서 “일부 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돼 외형상 전체 수당이 줄어들었을 뿐 다른 인센티브를 충분히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로 영원무역이 입은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은 다카에 총 17개의 공장을 가진 방글라데시 최대의 의류·신발 제조업체다. 영원무역 치타공 공장에서는 2010년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시위가 촉발돼 노동자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영원무역의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회사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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