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콜럼버스보다 먼저 중국인이 미국을 발견한 증거?

2011.01.07 21:07 입력 도재기 기자

고지도의 비밀…류강 | 글항아리

옛날 지도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품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현대 지도와 달리 발품을 팔아 손으로 꼼꼼하게 그린 고지도에는 지도 제작자 개인과 당대의 세계관,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당대의 과학기술 발전 정도도 종합적으로 축약돼 있어 역사·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독도를 표기한 고지도가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학술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데서도 지도의 중요성,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고지도의 비밀>을 읽다보면 지도 한 장이 지닌 엄청난 정보, 그 수많은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더욱이 지도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세계사가 다시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 흥분을 자아낸다.

변호사이자 지도역사학 연구가인 저자는 자신이 상하이 고서점에서 발굴한 고지도 ‘천하전여총도’(1763년 제작·사진)가 1418년 제작된 ‘천하제번식공도’의 모사본임을 주장하며 2006년에 공개, 세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1418년의 ‘천하제번식공도’가 아메리카대륙 등 세계의 모습을 오늘날과 유사할 정도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이 지도가 1418년에 만들어졌다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최초 발견(1492년), 마젤란 함대의 최초 세계일주(1519년) 이전에 이미 중국인 누군가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고, 세계를 일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사의 상당 부분에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저자는 ‘천하제번식공도’에 관한 각종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유럽 중심의 지리사·세계사 서술의 수정을 요구한다. 나아가 중국의 다양한 고지도와 유럽의 고지도들을 비교하며 지도 제작기술, 지리상 발견 등에서 중국이 유럽을 얼마나 앞섰는지를 강조한다. 지도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 특히 고지도에 담긴 중국인들의 사상에 대한 해설은 독특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학술적으로는 허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감수한 정인철 교수(부산대 지리교육과)는 해제에서 이 책의 가치, 비판적으로 읽기 위한 관점 등을 상세하게 다룬다. 정 교수는 “저자의 주장에 학문적 검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지도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지도학계에 연구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저서”라고 밝혔다. 김규태 옮김.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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