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흥행 ‘파묘’ 제작사, 앉아서 105억 손해봤다”

2024.05.05 12:03 입력 2024.05.05 19:49 수정 최민지 기자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이틀차인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최민지 기자

영화 티켓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40% 가량 올랐지만 국내 극장업계만 배불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극장이 초대권, 할인 카드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급·제작사에 떠넘기면서 영화계 전체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극장들의 출혈 경쟁에 한국 영화가 희생되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3사로 대표되는 국내 극장업계를 향해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이틀차인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 5개 단체가 주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영화상영관 객단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객단가는 관객 1인당 평균매입액(평균 관람 요금)으로 매출을 관객 수로 나눈 값이다. 그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멀티플렉스 3사가 일제히 티켓값을 올리면서 객단가가 2019년 8444원에서 2022년 1만285원으로 상승했지만, 이듬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9768원이다. 객단가가 실제 티켓값(1만5000원)의 2/3에도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여름부터 극장 3사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각종 할인권과 무료 초대권이 남발됐다”며 “극장 출혈 경쟁에 영화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과 배급사는 입장권 수익을 5:5로 나눠갖도록 되어있지만 객단가 하락으로 배급사가 가져가는 실제 몫은 40%에 미치지 못한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영화 <파묘>의 한 장면. 쇼박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파묘>가 현재 왜곡된 객단가 구조로 인해 100억원 넘는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이 대표는 관객 1100만명을 동원한 올해 최고 흥행작 <파묘>를 예로 들었다.“<파묘> 객단가가 9655원밖에 안 되고 이때 제작사에 돌아오는 돈은 3797원입니다. 객단가가 1만2000원일 때와 비교하면 티켓 1장당 900원이 사라진 것이에요. <파묘> 제작사는 가만히 앉아 105억원을 손해 본 겁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현재 중단 상태”라며 “배급사들마저 의지를 보이지 않아 주도권이 극장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업계가 관련 정보를 배급·제작사 측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객단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3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침체된 한국 영화계 상황을 보여주듯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발제자 발표 후 자유 토론에서는 정부의 영화제 지원 축소,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한 성토가 터져나왔다.

특히 <범죄도시 4>가 극장가를 독점 중인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배장수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결국 한놈만 살아남고 다 죽는 일”이라며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범죄도시 4>를 계기로 스크린 규제를 추진하자는 제안에 대해 5개 단체가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단체들은 영화제 기간 한국 영화계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6일에는 ‘2024 한국독립영화 연속 포럼’을 통해 영화제 예산 삭감과 지역 영화정책 백지화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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