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첫 한국 콘텐츠 ‘닥터 브레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경쟁 가능할까

2021.11.04 15:25 입력 2021.11.04 21:22 수정 오경민·유경선 기자

애플TV플러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브레인> 1화가 4일 전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퍼스트룩 제공.

애플TV플러스가 4일 국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닥터 브레인>을 공개했다. 오는 12일 한국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는 올 연말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런닝맨)을 시작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이어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 한국에 입성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하며 ‘K-콘텐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플TV플러스는 한국 드라마를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인기가 검증된 웹툰·소설 등을 원작으로 했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한다. 4일 서비스 출시와 함께 1화가 공개된 <닥터 브레인>은 홍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SF 스릴러로,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만든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이선균이 주인공인 뇌과학자 고세원 역을 맡았다. 윤여정과 이민호가 출연하는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도 제작을 마치고 편성을 앞두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닥터 브레인>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운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운 감독, 배우 이선균, 이유영, 박희순. 퍼스트룩 제공.

지난 3일 오후 <닥터 브레인>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흥행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힙하고 섹시한 디지털 세상을 구축한 애플과 작업을 하는 만큼 근사하고 멋진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작업에 임했다”며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다음 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를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닥터 브레인>은 뇌과학자 고세원이 뇌 동기화 기술을 통해 타인의 기억과 의식에 접속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의학판타지다.

매주 한 회씩 공개되는 6부작 드라마 <닥터 브레인>이 마지막 회까지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특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긴장감과 몰입감이 부족하다. 작품이 뇌 속 기억과 의식을 재현하는 화면 방식은 흥미롭지만, 장면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뿐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 예로 1화에서 뇌 동기화 후 세원의 눈에 보이는 끔찍한 괴물들은 잠시 시청자를 놀래킨 이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세원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다양한 조력자와 악역도 역할이 불분명하다. 이들이 왜 세원을 돕거나 방해하는지 설명이 부족하고, 왜 이 장면에 나타나서 이 순간에 사라져야만 하는지 알기 어렵다. 세원은 아무런 계기 없이 성장하고, 깨닫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장르 드라마로 문을 연 애플TV플러스와 달리, 디즈니플러스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작한다. 오는 12일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으로 한국에서 첫 방송을 하는 디즈니플러스는 연내에 <런닝맨>, 블랙핑크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더 무비>, 드라마 <설강화>를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가 공개 계획을 발표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현재까지 총 7편이다.

내년에 공개되는 한국 작품들은 좀더 캐스팅이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드라마 <비밀의 숲>을 쓴 이수연 작가가 참여한 스릴러 드라마 <그리드>에는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등이 출연한다. 동명의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무빙>도 기대작이다.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고 <킹덤> 시즌2의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등이 캐스팅 된 히어로물이다. 윤계상과 서지혜가 출연하는 <키스 식스 센스>와 강다니엘, 채수빈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 수업> 같은 로맨스 드라마도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는 SBS 간판 예능인 <런닝맨>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연내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첫 술에 배부르긴 어렵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첫 해에 기대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지속해 4년째가 되는 2019년 <킹덤>을 내놓았다. 한국형 좀비 사극 <킹덤>이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자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더 많은 자본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더 큰 투자는 더 큰 성공으로 이어져 ‘선순환’을 만들었고, 그 결과 올해의 화제작 <오징어 게임>이 탄생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상륙한 뒤 지난해까지 5년간 투자한 22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5500억원을 올 한해 한국 콘텐츠에 쏟아부었다.

오상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14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오는 12일 출시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즈니코리아 제공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이제 막 한국에 진출해 한국 창작자들과 협업을 시작하는 단계다. 국내에서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인하는 한국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당분간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파트너사 및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오랜 기간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온 디즈니의 노력을 한 단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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