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네이버와 단절 속도낸다 “시스템 분리 앞당길 것”

2024.06.18 16:07 입력 2024.06.19 16:34 수정 노도현 기자

지난달 13일 경기 성남시 라인야후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에서 한 직원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18일 주주총회를 통해 네이버와의 관계 정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보완 요구를 거듭한 정보유출 사건 재발방치책으로 ‘네이버 지우기’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안 대책 강화와 관련해 “당사는 네이버클라우드에 위탁했던 직원용 시스템 및 인증 기반을 분리하는 작업을 회계연도 2024년(내년 3월까지) 안에 완료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데자와 CEO는 “자회사의 경우 2026년도 중으로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완료를 예정했으나 한층 앞당길 수 있도록 계획을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해 만든 A홀딩스(지분율 64.4%)다. 2011년 네이버가 일본 시장에 출시한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은 2019년 말 통합에 합의했지만 좀처럼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이데자와 CEO는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도 거의 모든 (일본) 국내용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 웹사이트 검색 개발 인증에서 위탁 협력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는 보안 대책 강화 방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달 공표하겠다고 했다. 라인야후는 다음달 1일까지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에 대한 조치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데자와 CEO는 총무성이 행정지도를 통해 요구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문제에 대해선 “모회사의 자본 관계 변경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모회사 등에 검토 요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결정된 건 없지만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해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라인야후는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를 일본에서 내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통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교통정리에 나섰다. 경영 자원의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는 게 회사 입장이지만, 라인야후 사태와 맞물려 여러 해석이 나왔다.

라인야후에선 지난해 11월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총무성은 올해 3~4월 두 차례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 요구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내렸다. 보안 강화를 넘어선 일본 정부의 요구를 두고 라인야후를 일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놓고 협상 중인 사실을 공식화했다. 당시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위탁관계를 정리해 기술 독립을 추진하고,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네이버 출신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이사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신 CPO는 이날 주총에서 이사직을 내려놨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협상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단 라인야후는 다음달 1일까지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 내용을 넣지 않을 방침이다. 라인야후 사태가 한·일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고 다양한 사업이 얽혀있는 만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지분 협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오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라인야후 사태 등에 대한 현안질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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