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짜리 공사가 12억에 재하도급…예고됐던 ‘광주 참사’

2021.07.28 20:34 입력 2021.07.28 20:35 수정

경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불법철거 탓 미는 힘 못 버텨”

관련자 6명 구속·17명 입건

원청사는 ‘비용 절감’ 묵인

지난달 17명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 28일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명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 28일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6명을 구속하고 17명을 입건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9일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지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재개발구역 건물 철거 공사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은 총 50억7000만원으로 A기업에 하도급을 줬다. A기업은 비계설치와 건축물 내부 철거 등에 20억원, 건축물 철거에 30억원을 지출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건축물 철거를 B건설에 12억원에 맡겼다.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당초 금액의 40% 비용으로 건물 철거에 들어간 B건설은 해체계획서에 명시된 공법대로 철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붕괴 건물 철거 계획에는 건물 4층까지 성토물를 쌓은 뒤 굴착기에 길이가 긴 장비를 달아 위층부터 아래층으로 차례대로 뜯어내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B건설은 4층과 5층을 동시에 철거하면서 건물을 ‘ㄷ’자 형태로 파고 들어갔다. 건물 위층까지 닿는 대형 장비를 이용하려면 비용이 2∼3배 더 드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었다. 구조가 취약해진 건물은 안으로 진입한 30t 무게의 굴착기와 무너져 내린 성토물을 견디지 못하고 뒤쪽에서 앞쪽으로 무너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30억원이었던 공사비가 12억원으로 크게 줄면서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철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재하도급업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위험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중간에서 사라진 18억원이 공사업체 선정 등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하도급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해 억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를 구속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불법 하도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점도 드러났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와 하도급업체와 불법 재하도급업체 관계자까지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재하도급업체는 공사 장비를 현장에 반입하기 위해 현대산업개발에 장비를 등록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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