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미산골프장의 남은 과제

2009.03.17 17:15 입력 안성/최인진기자

안성 미산골프장 사업 추진을 두고 6년여 동안 계속된 지자체와 종교·환경단체의 싸움이 1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명백한 행정오류에 대한 책임 공방과 검찰 수사 등 ‘후폭풍’이 남아 있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신청 6년 만에 ‘부결’= 서해종합건설(신미산개발 전신)이 2002년 11월 안성시 천주교 미리내 성지에서 3㎞ 가량 떨어진 109만㎡ 부지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안성시에 사업승인 신청을 하면서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당초 서해종합건설은 이곳에 회원제 18홀과 대중 9홀 등 27홀 규모로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천주교구와 지역 시민·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안성시는 “주민 반발이 커 지역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2005년 6월 골프장 사업계획 입안서를 반려했지만 이듬해 2월 업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1월 조건부 사업승인을 결정할 때까지 산림밀집도(입목축적도) 조사 결과를 갖고 5차례나 승인 결정이 유보됐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잇따랐고 2007년 서해종건 대표 김모(56) 씨와 시행사 전 대표 김모씨(53), 안성시청 비서실장 조모씨(56) 등이 뇌물 공여 및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도는 6년여의 심의 끝에 지난 1월 1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18홀 규모로 축소해 골프장 건설을 조건부 승인했지만 현장확인 결과 입목축적 조사 오류가 드러나면서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 승인을 취소했다.

경기도는 안성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총체적인 행정 부실이 드러나자 김문수 지사가 17일 고개 숙여 사과했다.

◇환경단체와 지자체 갈등 초래= 미산골프장을 두고 계속된 싸움은 지자체와 종교·환경단체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불러왔다.

당초 안성시가 사업신청을 받아들였던 미산골프장은 천주교구와 경기지역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천주교구는 2003년 미리내 성지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규모 집회를 열고 안성시청과 경기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여기에 시민·환경단체와 불교·기독교 등 30여개 단체가 가세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발이 확산됐다.

대책위는 골프장 업체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사업이 재추진되자 “안성시와 업체가 담합해 입목축적도 비율을 조작했다”며 안성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대해 안성시는 “나무를 벴다는 대책위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으나 시가 심의 신청 과정에서 입목축적도와 관련 허위 공문서를 조사기관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경기도 역시 현장확인 없이 안성시가 보낸 공문을 토대로 사업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나 행정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게 됐다.

◇검찰수사·책임공방 남아= 사업 승인이 취소되면서 지리하게 끌어 온 미산골프장 심의는 종결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사업자가 골프장 사업읕 다시 추진하려면 사업 신청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신미산개발은 사업 재신청과 경기도와 안성시에 대한 행정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도민 사과를 하면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혀 이 부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성 지역 시민단체도 검찰 고발을 준비 중이다.

앞서 경기도는 미산 골프장 사태와 관련, 안성시에 대한 행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도와 안성시·산림조합 전북지회 관련 공무원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민주당, 경기도의회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안성시를 상대로 한 현장조사를 계획하는 등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사단은 환경부 및 산림청 공무원과 함께 현장 조사한 결과를 27일 조목조목 밝힐 계획이며, 민주당은 재발 방지와 관련자 책임을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