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작품 부문 신설한 ‘서울시 건축상’…국내외 건축의 미래 엿봤다

2022.09.13 21:48 입력 2022.09.13 21:57 수정 이성희 기자

케이블 활용 ‘기둥은 탈출…’ 대상, 완성 부문은 ‘신길중’…역대 수상작 근황 다룬 기념전도

국제학생작품 부문 대상을 차지한 ‘LIBERATING COLUMNS’(기둥은 탈출했습니다·왼쪽 사진)와 완공 부문 대상 신길중학교. 서울시 제공

기둥은 지붕·바닥 등과 함께 건축구조물을 만들 때 필요한 기본요소 중 하나다. 기둥이 있음으로써 구조물이 중심을 잡고 건축물의 공간도 만들어진다. 기둥 없는 건축물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제4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에서 국제학생작품 부문 대상을 차지한 장호준씨(연세대 4학년·염상훈 건축공학과 교수 지도)의 ‘LIBERATING COLUMNS’(기둥은 탈출했습니다)는 그런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설계작품은 고층오피스 건물을 8개층씩 묶어 3단으로 구성한 뒤 이를 여러 대각선으로 대형 구조물에 매달아 수직하중을 지지하고, 바람·지진 같은 횡하중은 건물 외부에 사선으로 구성한 인장케이블로 해결했다. 모든 건축물 구조를 기둥과 같은 압축재가 아닌 케이블과 같은 인장재로 구축한 것이다. 서울시는 “건축구조 하나의 문제만을 추구한 작품이지만, 순수 건축의 이슈와 아름다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13일 밝혔다.

서울시 건축상은 1979년부터 우수한 건축물과 공간 환경을 장려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상해온 상이다. 그간 완공된 건축물을 대상으로만 시상해왔는데, 작은 건축물이라도 공공성에서 의미가 있으면 심사 대상이 된다. 건축업계에서는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서울시 건축상 40회를 맞아 국제학생작품 부문을 신설했다. 해당 부문은 국내외 대학·대학원 재학생(휴학생 포함) 및 2022년 졸업생에게 서울을 주제로 한 건축계획 및 아이디어를 공모한 것이다. 해외에서 지원한 3개 작품을 포함해 총 89개 작품이 접수됐다.

위진복 제14회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은 “국내외 미래 건축가들과 교류·소통해 건축계 인적 인프라를 강화하고 서울시 건축상을 국제화하자는 취지에서 학생작품 부문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위 총감독은 “(학생들 설계작품은)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 등 따뜻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며 “건축 자체의 기술적인 부분을 탐구한 작품이 대상에 선정됐다는 것은 올해 서울시 건축상이 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완공 부문 대상은 신길중학교(설계: 이현우, (주)이집건축사사무소)가 차지했다. 지난해 3월 영등포구에 문을 연 신길중은 삼각지붕과 마당이 있는 학교로 익히 알려져 있다. 네모반듯한 여느 학교들과 달리 신길중은 전원주택 단지처럼 조성됐다. ‘집보다 더 집 같은 학교’가 콘셉트로, 주변 고층아파트 단지와도 묘한 대비를 이룬다.

서울건축문화제도 마련됐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서울시내 건축의 공공가치 실현과 건축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관련 전문가와 시민·학생 등이 함께하는 축제다. 올해 14회로, 14일부터 25일까지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서울시 건축상 40회 기념 특별전’이다. 역대 수상작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전시한다. 예컨대 1982년 제2회 금상을 수상한 영등포구 MBC여의도스튜디오(설계: 김정식)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초고층 오피스텔이 지어지고 있다. 반면 1994년 제12회 금상 동대문구 탑 스튜디오 빌딩(설계: 최영집)은 당시대로 남아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건축문화 투어’도 진행된다. 16일에는 해설사와 함께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과 민주인권기념관 등을 둘러보는 도보투어가, 23일에는 설계사무소와 함께 성동구 클리오사옥 등을 돌아보는 로컬투어가 예정돼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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