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일요일. 맑음’…평범한 시민들 눈에 비친 국가 폭력

2024.04.29 16:17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오월 일기’ 조명

당시 겪은 일상·감정 등 그림일기 형태 재해석

전시 첫날 오전 30여명 방문…“아이도 큰 관심”

2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5월18일. 일요일. 맑음’ 주제 기획전을 찾은 한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2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5월18일. 일요일. 맑음’ 주제 기획전을 찾은 한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어제 총을 가지고 쏘아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이 비참한 사건을 아는지.”

1980년 5월 21일.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6학년이던 김현경양은 이날 일기의 제목을 ‘총’이라고 적었다. 김양은 전날 광주역 앞에서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족을 통해 들었다. 김양은 “무서워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며 “어찌하여 사람을 마구 죽이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썼다.

광주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주소연양은 일기에 “계엄군의 잔악성을 보았는가. 시민 전체를 불순분자와 깡패로 본 정부를 인정하는가”라고 적었다. 주양은 5월22일부터 26일까지 전남도청에서 취사반 활동을 했다. 그는 27일 도청이 계엄군에 함락돼 집에 돌아온 후 느낀 분노 등의 감정을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이는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 전시된 ‘오월 일기’의 일부 내용이다. ‘오월 일기’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열흘간의 항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이 작성한 개인의 일기이다.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앞두고 ‘오월 일기’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29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연다고 이날 밝혔다. 개막식은 30일 진행한다.

오월 일기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직장인, 주부, 공무원 등 평범한 시민들이 분노와 불안을 담은 일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1년 5월에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5월18일. 일요일. 맑음’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림일기 형태로 오월 일기를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원본 일기가 전시된 공간 중간중간마다 시민들이 당시 겪었던 일과 감정을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표현해 보다 친근하게 이해를 돕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전시 첫날인 이날 오전에만 가족 등 30여명이 관람을 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박정용씨(44)는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생생하게 작성한 일기라는 점에서 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박선미씨(35·북구 운암동)는 “친근한 그림과 설명으로 그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아이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승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이 5·18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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