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재판관 이념 성향에 흔들릴 사안 아니다”

2016.12.25 22:26 입력 2016.12.25 23:01 수정 이범준 기자

탄핵심판 분야 권위자 김하열 고려대 교수

김하열 고려대 교수가 지난 23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탄핵심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 연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탄핵심판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하열 고려대 교수(53)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민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국회가 정파적 입장에서 주도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가장 다른 점”이라며 “박 대통령 소추 사유에는 구체적 헌법 위반과 엄중한 법률 위반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헌재는 대통령 파면 판단에 필요한 소추 사유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고, 심리가 충분하다면 변론을 종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1992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해 1993년 헌법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겨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담당했다. 2008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관 시절이던 2005년 고려대에서 ‘탄핵심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논문은 국내 유일한 탄핵심판 관련 박사학위 논문이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연구원 발행 <주석 헌법재판소법>의 탄핵심판 부분 집필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지난 23일 진행한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탄핵심판 학위는 지금까지도 유일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연구관으로 참여했다. 당시 헌법연구관들이 분야를 나눠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헌재 역사상 유일무이한 사건인 만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내가 박사과정에 있었고 그래서 논문으로 썼다. 선행 논문이 없어 탄핵심판 전반을 다뤘다.”

- 대통령 탄핵이 다시 있으리라 생각했나.

“대통령 탄핵 소추는 엄청난 사건이다. 국회의 발의까지는 몰라도 의결까지는 쉽지 않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지난 8월 파면된 것이 최근의 유일한 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탄핵 의결이 다시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노·박 대통령 탄핵은 어떤 면에서 다른가.

“2004년은 국회가 정파적 입장에서 주도한 것이고, 2016년은 민의에 의해 추동된 탄핵이다. 사유 면에서도 노 전 대통령 탄핵은 헌법수호 의무 등 추상적인 헌법 위반과 처벌규정도 없는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은 직업공무원제를 비롯한 구체적인 헌법 위반과 엄중 처벌이 가능한 뇌물죄 등 다수의 형법 위반이다.”

- 탄핵 사유가 9가지다. 신속심리가 가능한가.

“탄핵심판의 소송물(목표)은 각각의 소추 사실들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형사소송과 다르다. 목표는 소추 사유들을 종합해 피소추자를 파면할지다. 따라서 헌재는 파면 여부 판단에 필요한 소추 사유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고, 이에 관한 심리가 충분하다면 변론을 종결할 수 있다.”

- 헌재가 탄핵 사유 중에 일부를 생략해도 되나.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므로 개별 소추 사유 심리를 함부로 생략할 수는 없다. 더구나 헌법적·정치적 중요성, 공정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탄핵심판의 성격상 효율성과 신속성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를 오랫동안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 노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헌재 일이 많아지나.

“노 전 대통령 탄핵은 확인된 발언이, 박 대통령 탄핵은 각종 행위들이 소추 사유다. 소추 사유와 성격에 따라 적용 법령과 절차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형사소송법만이 절차로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형소법에서 자백이 유일한 증거이면 유죄의 증거로 쓰지 못한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 피소추자의 자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자백은 입증이 불필요하다는 민사소송법을 쓰는 게 맞다.”

- 최순실씨 재판 등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주나.

“현재 헌법재판관들 출신을 보면 판사 7명, 검사 2명이어서 탄핵심판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민형사 사건을 30년 넘게 해온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법원에서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이 하는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다면 헌재와 법원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배치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

- 보수적인 재판관 구성이 탄핵심판에 끼치는 영향은.

“법률의 위헌 여부라면 출신을 문제 삼는 행태주의적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은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의 직이 걸린 문제다. 소추 사유를 봐도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에서 재판관이 어느 당,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는 것이 고려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념적 지향성이 법논리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대통령이 탄핵심판 도중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

“사임은 받아들여지고 탄핵심판은 끝난다. 탄핵심판은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탄핵심판은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 파면되는지 헌법적 해명을 목표로 하는 재판이 아니다.”

- 헌재 앞 집회가 반헌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집회를 한다고 영향받을 재판관들이 아니다. 집회가 압박이라면 교수들이 학회를 열어 재판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없나. 이 사건은 국가의 중대하고 공개적인 사안이다. 집회를 통해 시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뿐이다. 주말 집회 정도로 흔들릴 헌재가 아니다. 합법집회인 이상 허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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