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수사지휘 정당성, 내일 ‘자문단회의’에 달렸다

2018.05.16 20:59 입력 2018.05.16 23:26 수정 유희곤 기자 , 조미덥 기자

‘외압 가한 혐의’ 검찰 고위 간부들 기소할지 결정

대검·수사단 ‘권성동 영장 청구’ 동의…안건서 빠져

문무일 “검찰권 관리감독하는 게 총장의 직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검찰 고위 간부들을 기소할지 여부가 18일 열리는 ‘전문자문단’ 회의에서 결정된다. 이날 회의 결과는 수사 외압 논란에 휩싸여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정당한지를 판단할 가늠자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전직 판검사, 변호사, 법학 교수 등 7~8명의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자문단은 18일 대검찰청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안건은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난해 춘천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다.

회의에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과 대검 반부패부, 최 지검장 측이 각각 ‘기소 대 무혐의’를 놓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과 대검은 모두 자문단의 결론을 따르기로 한 상태다.

김 부장은 지난해 12월 2차 수사 때 채용비리 피의자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연락을 받고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지검장은 춘천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부당하게 1차 수사를 종결시킨 것으로 지목됐다. 수사단은 법리적으로 이들을 기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문 총장은 두 검찰 간부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검찰권이 바르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게 총장의 직무”라며 이번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넘긴 자신의 수사지휘가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김후곤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이날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 부장이 권 의원의 항의전화를 한 차례 받았지만 통상 있는 수사 대상자들의 수사 절차에 대한 항의 정도로 생각해 전화 받았다는 사실도 춘천지검에 전달하지 않았다”며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자문단의 결론이 기소로 나올 경우 문 총장의 책임을 두고 논란이 격화될 수 있다. 직속 참모인 반부패부장이 기소되는 데다 결과적으로 문 총장이 수사단 수사에 제동을 걸어 사건 처리를 늦춘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무혐의로 나오면 문 총장 수사지휘의 정당성에 힘이 실리게 된다. 그러나 자문단이 대검의 뜻에 따라 꾸려진 결과라는 ‘편파성’ 논란과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는 대검과 수사단 모두 청구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자문단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자문단의 결론에 따라 향후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채용비리 혐의만 적용할지, 수사 외압 혐의도 포함시킬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들 “적절한 지휘권 행사” “소통 과정에서 불신 야기”

검찰 안팎에서 논쟁 이어져“
수사단 만든 게 문제” 지적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용훈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은 16일 새벽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수사단이 독자적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기소 여부나 구속영장 청구 등은 당연히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총장의 수사상 지휘사항은 마땅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찰청과 수사단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나 불신을 야기하게 된 것은 아닌지 차분히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재현 법무연수원 교수도 전날 밤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설득하는 노력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고 그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적었다.

수사단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 정희도 창원지검 특수부장은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이겠지만 공정한 수사와 수사결론이 더 중요하다”면서 “책임 있는 총장이라면 당연히 이전의 공언에 집착하지 않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 검찰 중간간부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양측 의견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커 보이지는 않는데 수사단이 양측의 의사결정 과정을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수사단이 대검 지휘부를 믿지 못할 만큼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비정상적인 수사기구인 강원랜드 수사단을 만든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검찰 고위간부는 “수사단장에게 전권을 부여한다고 하고 책임을 회피하다 뒤늦게 수사단 결론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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