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주식 1조원 분할 요구했으나…법원 “최태원, 665억 현금 지급”

2022.12.06 14:00 입력 2022.12.06 17:22 수정 김희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결혼 34년 만에 이혼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노 관장에게 665억원의 재산분할을 인정했다. 국내 재벌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중 알려진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혼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재판장 김현정)는 6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이혼 소송(반소) 사건에서 “두 사람은 이혼한다”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은 기각했다. 최 회장을 유책(부부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로 본 것이다.

34년 만에 갈라선 최태원·노소영…재산분할 665억원 ‘역대 최대’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위자료에 대해선 노 관장이 반소를 낸 2019년 12월부터 1심 선고일인 이날까지 연 5%, 다 갚는 날까지 연 11%의 이자를 더해 지급하게 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 총액은 1억1000여만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했다. 재벌가와 대통령가의 혼인으로 이목을 끈 두 사람은 세 자녀를 두었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면서 노 관장과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해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조정에 이르지 못해 결국 이혼 소송에 나섰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맞소송(반소)을 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50%(약648만주) 지급을 요구했다. 5일 종가(21만1000원) 기준으로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 가격은 1조3600억원대였다.

노 관장이 분할받게 될 665억원은 청구한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이혼 재산분할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종전까지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004년 이혼하며 회사 지분 1.76%(36만6461주·당시 300억원어치)를 배우자에게 넘겨준 게 국내에서 알려진 가장 큰 이혼 재산분할로 꼽힌다.

SK㈜ 지분, 재산분할 대상 제외…SK 경영권 이혼리스크 일단락

이번 판결로 SK의 경영권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 요구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SK㈜ 전체 주식 지분 약 7% 이상이 최 회장에서 노 관장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SK그룹 경영권 문제나 지배구조 변동 문제가 불거질 수 있었다. 노 관장은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 회장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해 지난 4월 350만주 처분 금지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의 SK㈜ 지분 대신 현금으로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청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산은 SK㈜ 주식이었으나 해당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상승에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유재산은 부부 한 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등만 재산분할 대상이 됐다고 했다.

재판에서 최 회장 측은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서 증여·상속받은 SK계열사 지분이 현재 SK㈜ 주식의 바탕인 만큼, SK㈜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점을 고려해 증여·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SK㈜ 최대주주가 된 것은 결혼 이후 SK C&C(직전 대한텔레콤)와 합병했기에 가능했던 만큼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라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세기의 이혼’으로 회자되는 미국 아마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전 부부의 이혼 사례와도 비교돼 관심을 모았다. 제프 베조스는 보유한 아마존 지분 16.3% 중 4%인 약 36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를 아내인 맥킨지 스콧에게 넘기는 대신 의결권은 자신이 계속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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