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가 석방을 앞둔 지난해 10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형량을 줄이기 위해 진술을 맞춰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남 변호사는 석방 직후 태도를 바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향한 폭로를 쏟아냈다.
김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0월 법정을 오갈 때) 남 변호사가 검찰에 ‘8억원을 유동규에게 줬는데 일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갔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며 “동생들 좀 살려달라며 형(김만배)이 진술 좀 맞춰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어 남 변호사로부터 ‘형(김만배)도 이재명한테 준 거 있으면 불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남욱의 논리는 ‘안종범이 되어야겠다’였다”라며 “안종범이 돼야 혐의가 작아지니 형도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형은 형의 길을 가겠다고 했었다”고 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안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 전후 들은 내용 등을 빼곡히 적은 ‘안종범 수첩’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남 변호사는 석방 후 ‘김 전 원장에게 대선 경선자금을 건넸다’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이어갔다.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선 남 변호사 측근 이모씨가 자금 전달 시기와 액수를 적어둔 메모 ‘Lee list’가 공개되기도 했다.
김씨는 “검찰이 위례신도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할 때 남욱은 ‘(수사가) 세게 들어왔으니 묵비권을 행사한 다음 법정에 가서 남들이 진술을 어떻게 했는지 보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틀 정도 묵비권을 행사하더니 법정에 나와서 저를 보고 손으로 목을 치는 듯한 손짓을 하고, ‘(검찰에)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도 버티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법정에서 대기할 때 유 전 본부장을 만나면 ‘형 저도 버티기 어려워요. 대장이 나서줘야 할 것 같아요. 대장들끼리 싸워야지’ 등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대장이 누구냐는 검찰 질문에는 “이재명 대표”라며 “대표니까 싸울 힘이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으로부터 대선 자금을 요구받은 적 있는지 등을 묻자 나왔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 측은 석방 후 태도를 바꾼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위례 신도시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두 사람이 회유와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