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폐지’ 입길 공수처 첫 성과…“수사정보 유출”로 승부

2024.02.01 06:00 입력 2024.02.01 06:01 수정 강연주 기자

‘고발사주’ 1심 유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용민, 박주민, 전용기 의원이 2021년 11월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장을 내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손준성 업무 절차 재정리 등
혐의 입증에 의견서 ‘51건’
‘식물 기구’ 논란 해소될 듯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1심에서 처음으로 유죄가 나온 사례다.

공수처가 손 검사를 기소한 지 1년8개월 만의 결과이자 공수처 출범 3년 만의 첫 성과로 평가된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수사력 부실 논란으로 ‘폐지론’까지 제기됐던 공수처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 9월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손 검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해 10~12월 손 검사를 상대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검찰은 손 검사와 공모 관계에 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했다.

공수처는 재판에서 손 검사의 수사 정보 유출 정황을 구체화해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3일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여권 인물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송한 혐의 등을 받는데, 공수처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만 총 51건에 달한다.

공수처는 선고를 앞둔 지난 18일과 22일에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불리는 ‘채널A 사건’의 수사기록 사본이 포함됐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고발장이 손 검사에게 넘어간 2020년 4월3일 무렵까지도 채널A 기자들이 고발장에 명시된 인물(제보자 지모씨)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수사 정보에 준하는 비공개 정보가 고발장에 담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2020년 당시 손 검사가 있었던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절차도 재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공수처는 이를 바탕으로 ‘고발장에 담긴 내용이 대검 수사정보관리관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손 검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고 한다.

법원은 공수처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손 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손 검사가 이 고발장을 이용해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미수에 그쳤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수처의 수사력 부실 논란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전 부산지검 검사 고소장 위조 의혹 사건도 직접 기소했지만 각각 1·2심 모두 무죄가 나와 ‘식물 기구’라는 오명을 썼다. 공수처는 손 검사 사건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사유를 추가로 분석한 뒤 항소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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