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 읽기

아이 ‘분리불안’ 엄마가 화 참는게 약

2013.03.18 20:19 입력 신철희 | 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7살 경은이는 아침마다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엄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막상 유치원에 가서는 처음에 멋쩍어하다 잘 논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 오면 ‘내일 유치원 안 갈 거지’ 하고는 확인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일어날 때부터 짜증을 부리고 옷도 안 입고 늑장부린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달래다 결국은 큰소리가 나고 유치원 셔틀버스가 오면 엄마 뒤에 숨어 있는 아이를 잡아당겨 차에 밀어 넣는다. 그렇게 하고 집에 오면 엄마 마음은 더 안 좋다.

경은이는 외동이인 데다 엄마가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하다보니 친구관계도 적었고 어릴 때도 낯선 곳에 적응하는 데 늘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경은이 엄마는 시댁과 사이가 안 좋은 편이다. 그래서 시댁과 일이 생기면 어떤 때는 우울해서 누워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괜히 경은이한테 신경질이나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경은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 눈치를 많이 봤다. 경은이는 아직도 잘 때 손가락을 빨고 엄마 머리카락을 만지며 자려 한다. 엄마의 달콤함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민성이도 아침마다 학교를 안 가려고 해 엄마를 애먹인다. 개학 초엔 언제 엄마를 찾으며 나올지 몰라 아예 학교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혼자 안 가려고 해 엄마가 교실까지 데려다 주어야 한다. 지금은 수업중에 엄마를 찾지는 않지만 수업이 끝날 때는 아직도 엄마가 꼭 교실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민성이는 아기 때 엄마옷을 어디든 들고 다니는 버릇도 있었다. 엄마가 바쁜 직장에 다녀 친가와 외가에서 예쁨을 받았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엄마 냄새가 나는 옷에 집착하는 버릇도 갖게 된 것이다. 민성이의 생활 속에는 아직도 엄마 옆에서 자려 하는 등 ‘아기마음’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엄마가 집에 있게 되면서 민성이는 좋기도 하지만 엄마가 화내고 짜증내는 안 좋은 모습도 전보다 많아지다보니, 민성이는 엄마가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불안감이 더 커지면서 학교 등교 거부 행동도 생겼다. 놀이치료실에서도 상담자가 부모와 면담하려고 나오면, 혼자 있기 무섭다고 문을 열어 놓으라고 했다. 밖에서 볼 수 있는 일방경으로 부모님이 밖에서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민성이에게 알려줬음에도 무섭다고 한다. 민성이의 불안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학기 초가 되니 유아교육기관이나 학교에 안 가려는 아이들의 분리불안으로 상담센터를 많이 찾는다. 처음 며칠만 약간 힘들어 하다가 적응을 하면 괜찮지만 아직도 실랑이를 하고 있고 힘들어 한다면 분리불안의 정도가 심한 것이다.

분리불안의 핵심은 부모와 자녀 관계의 불안정한 애착이다. 위에서 예를 든 경은이의 경우는 엄마가 정성스레 잘해 줄 때도 있었지만 엄마가 힘들 때 아이한테 화내고 신경질을 내면 엄마가 무섭게 느껴져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민성이 엄마도 지금까지 직장에 다니느라 바빠서 아이와 애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1년 전 민성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뒀지만 오히려 집에 있으니 더 민성이한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우선 할 일은 엄마가 무서운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가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의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부모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겠지만 아침에 아이와 실랑이하는 시간에 절대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분리불안의 핵심은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것이고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잘 참고 보낸 후 오후에 아이를 만나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잘 참아야 한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기 시간을 보내면 엄마에 대한 좋은 마음이 생기므로 아이가 좀 더 빨리 분리불안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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