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자기모순···작년엔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 없다”

2023.06.22 15:46 입력 2023.06.22 17:26 수정 남지원 기자

장상윤 차관 ‘한 입으로 두 말’

이주호 장관, 윤 대통령 발언 뒤

“킬러 문항 보신 분들은 분노

26일 대책 발표 때 사례 공개”

정상윤 교육부 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서울시교육청·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참여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교육부가 지난 3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올해 6월 모의평가 문항 가운데 교육과정을 벗어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무엇이었는지 오는 26일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관되게 “수능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없다”고 설명해 왔던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태도를 정반대로 바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는 26일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때 (킬러 문항의) 구체적 사례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 실시된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국어·수학·영어영역 중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초고난도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실제 킬러 문항 사례를 접해본 분들은 정말 분노하신다”며 “어떻게 아이들에게 교육과정에서 전혀 다루지 못한 내용, 교수도 못 풀 정도로 배배 꼬아서 낸 문항을 (출제할 수) 있는지 정말 공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문제를 배제하라”는 지시를 한 뒤 연일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이 출제돼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그동안 수능 출제당국이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소위 ‘킬러 문항’을 만들어 냈다”며 “이를 일부 대형입시학원들이 교묘히 이용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은 수능 킬러 문항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시민단체 등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초고난도 문항이 출제오류를 낳고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지적할 때마다 매번 “수능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9월1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수능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자는 내용의 선행교육규제법 개정안에 대해 장 차관은 “킬러 문항 같은 경우에는 사실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난이도 조절 내지는 변별력을 위해 (출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혜림 교육부 대입정책과장도 “킬러 문항이라는 게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고 여러 성취기준을 복합적으로 엮다 보니 난이도(난도)가 올라간 것”이라며 “변별력이 필요해 어느 정도 난이도(난도)가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23학년도 수능 수학 문제 중 8문제가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고 지적했던 지난해 12월에는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이 “고등학교 현장에서 배우지 않거나 가르치지 않은 교육 과정에 위배되는 부분은 (수능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