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의복 방식의 신경검진기, 원인불명 신경계 질환 진단에 유용하다

2022.07.19 12:56

■국내 개발 원천기술…인체 앞·뒤·옆 입체적 검사 가능

■중추신경·말초신경·자율신경계 이상유무 ‘쪽집게’ 검진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변색의복 방식의 신경검진기’(SCNT)가 최근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에 도입됐다. 변색의복 착용만으로 전신의 땀분비 정도를 평가하여 한번에 전신의 신경계 검사가 가능한 신의료기술이다. 기존의 맨몸 상태에서 시약을 도포하는 발한신경검진 방식이 가지고 있던 사용상의 불편함 및 정확도를 개선했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 신경계 질환이다. 환자들은 어지럼증, 손발저림, 가슴떨림, 복합통증, 수족냉증 등의 애매한 증상으로 병원을 전전하기 일쑤이다. 국내 최초로 SCNT를 도입하여 신경계 환자를 대상으로 검진에 사용하고 있는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신경과 박기종 교수로부터 SCNT의 유용성과 한계점,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SCNT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인증된 변색의복 착용 방식 적용을 통해 만성통증, 파킨슨 같은 퇴행성 신경계통질환의 진행, 피부손상 등에 대한 원인을 보다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검진할 수 있다는데, 이에 대한 원리와 근거 등을 설명해 주십시오.

“1990년대에 미국 메이오 클리닉이 개발한 온도조절발한검사기(Thermoregulatory sweat test, TST)는 땀분비를 통하여 중추신경 및 말초신경계에 있는 자율신경계의 이상유무를 검사하는 검진기입니다. 땀의 주요 역할중에 하나는 인체의 체온조절로 체온이 올라가면 땀분비를 통하여 체온을 낮추는 역할입니다. 임상적으로 체온을 높이는 방법은 주위 온도를 높이는 방법과 운동을 하여 체온을 올리는 방법이 있는데, TST는 주위에 열을 가하여 체온을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SCNT는 TST에서 땀분비 유무를 측정하기 위해 시약을 사용했던 방식을 변색의복 착용방식으로 변환하여 환자불편, 정확도, 유용성 등을 개선했습니다. TST보다 한단계 진보한 검진기입니다.”

박기종 교수가 말초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경상대병원 제공

박기종 교수가 말초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경상대병원 제공

―TST의 기본적인 원리가 궁금합니다.

“기기 안에 가만히 누워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주위온도를 높이면서 중심체온을 상승시키면 그 정보가 시상하부에 전달되고, 이후 체온조절을 위하여 땀을 흘리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가 척수를 통하여 말초신경계를 거치고 땀샘까지 전달되어 땀이 분비됩니다. 이때 땀이 분비되지 않는 부위는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계통에서 이상이 있다고 판정하게 됩니다. TST검사는 체온 상승에 대한 국소적 땀분비를 정성적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땀이 분비되는 영역이 몸 전체에 비하여 어느정도 되는지를 평가하여 무한증의 분포, 형태를 기술하여, 심한 정도를 기록하고, 자율신경계의 기능장애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입니다.”

―파킨슨, 다발계 위축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서는 자율신경을 통제하는 중추신경의 기능장애가 흔하게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흔하게 동반되는 증상은 대소변장애, 발한장애, 심박동 조절장애, 기립어지럼, 혈압조절장애 등입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망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들 질환들에서 자율신경계의 이상정도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기존 증상들 관리만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퇴행성질환들에서 발한 장애의 동반유무와 진행정도를 보다 편리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유용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증상으로 손과 발이 화끈거리거나 시린 증상이 있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대부분의 검사들을 시행하였지만 다 이상 없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중에 많은 수는 소섬유신경병증에 의한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섬유신경은 굵은 신경을 검사하는 일반적인 신경검사에서 이상을 확인하기가 어렵고, 조직검사를 통해서 확진이 가능하지만 상업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통증이 있는 환자에서 자율신경계를 검사하는 TST는 유용한 검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심한 통증의 대명사인 복합동통증후군을 가진 환자에서도 발한, 체온, 혈관운동계 이상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 소견은 진단에 필수적입니다.”

―SCNT에서 변색의복의 원리는 어떻게 작용합니까?

“신체가 땀을 흘리면 몸에 밀착된 신축성 있는 변색의복이 땀을 흡수하고 흡수한 땀으로 인해 옷의 색상이 변화가 생깁니다. 그 변화를 땀방울의 흡수·굴절·반사 등으로 인한 색상변화 정도를 사람이 땀을 흘린다는 기준인 1.95μℓ/㎠ 보다 미세한 1μℓ/㎡의 정확도로 계산해 냄으로써 발한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원리입니다. 전신의복을 착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시약을 사용했을 때 보다는 몸에 착색이 되는 부작용이 덜하고, 몸통의 앞쪽 혹은 뒤쪽 한쪽면만 검사가 가능한 시약을 사용하는 방법과 달리 앞, 뒤, 옆 신체 모든 면을 한번에 검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왜 SCNT를 도입했으며 현재 어떤 질환들에 대해 적용하고 있나요. 질환들에 적용해서 얻고 있는 유용성은 어떻습니까.

“창원경상국립대병원에서는 2017년 초부터 시약방식 온도조절발한검진기를 도입하여 사용해 왔으며, 2022년 4월부터는 변색의복 방식이 적용된 SCNT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땀분비 이상을 호소하고 하고 있는 환자와 파킨슨, 다발계 위축을 가진 환자에서 주로 검사하고 있습니다. 땀분비 이상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신의 땀분비 이상을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도 검사의뢰를 받기도 합니다.”

원인 불명의 신경계 질환을 검사하는 SCNT 장비. 박기종 교수가 검사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경상대병원 제공

원인 불명의 신경계 질환을 검사하는 SCNT 장비. 박기종 교수가 검사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경상대병원 제공

―SCNT가 퇴행성 질환이나 다한증·무한증, 원인모를 통증, 말초신경질환 등을 진단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도조절발한검사는 기본적으로 발한의 정도를 보는 검사이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나, 운동할 때나 더운 환경에서도 땀이 잘 나지 않는 무한증에서 병변의 부위를 특정화 하는데 유용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호소하지만 다른 검사에서 이상을 찾기 어려운 증상중에 하나가 손·발이 화끈거리거나 차게 느껴지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일반적인 운동감각을 담당하는 굵은 신경이 아니라 동통이나 자율신경을 담당하는 소섬유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오는 증상들인데, 신경전도 검사를 포함한 일반적인 신경검사에서는 이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온도조절발한검사를 포함한 자율신경검사는 이상유무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극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마약에 의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복합동통 증후군에서도 발한 이상이 동반되는데, 아직까지 진단기준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온도조절발한검사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디스크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병증의 진단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변색의복 착용 이후 발한을 시킨 다음 촬영된 사진을 SCNT 변환프로그램을 이용해 변환시킨 사진(인체 뒷면). 인체의 앞면과 뒷면과 옆면 모두 검사가 가능하다. 경상대병원 제공

변색의복 착용 이후 발한을 시킨 다음 촬영된 사진을 SCNT 변환프로그램을 이용해 변환시킨 사진(인체 뒷면). 인체의 앞면과 뒷면과 옆면 모두 검사가 가능하다. 경상대병원 제공

―온도조절발한검사는 말초신경계 이상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 이상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초기에 뇌자기공명영상을 통한 구조적 이상이 뚜렷하지 않은 퇴행성 뇌질환(다발계 위축, 파킨슨병)에서 병의 진행과 함께 땀분비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퇴행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서 추체외로계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동반될 수 있는 자율신경의 이상의 진행정도를 평가하는데 온도조절발한검사가 아주 유용하게 적용됩니다.”

―변색의복 방식 SCNT는 신체 뒷부분도 검진 가능하고 편의성 및 정확성도 획기적으로 향상되어 외국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CNT는 TST에서 땀분비 유무를 측정하기 위해 탈의를 하고 시약을 사용했던 방식을 변색의복 착용방식으로 변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장시간의 탈의 때문에 망설였던 많은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착색으로 인해 검사후 샤워를 해도 잘 지워지지 않던 부분들을 해소하였습니다. 또한, 땀이 났을 때 땀이 흘러내리면서 정확한 부위 판정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변색의복은 땀이 난 부위에서만 확인이 가능하여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시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체의 앞 혹은 뒷면 중 한 부위만 측정이 가능하였지만 변색의복을 착용하면서 한번의 검사에서 앞, 뒤, 옆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SCNT가 확산되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

“해외에서는 메이오 클리닉을 비롯한 클리블랜드, 스탠포드, UAB 등 여러 곳에서 도입하여 검사하고 있으며 다양한 논문발표 등을 통한 전신의 신경검진의 유일한 검사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료분야에서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도 땀분비 이상이 있는 경우에 충분한 검사가 없는 상태에서 증상적 조절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에 기존 TST 대비 획기적으로 개선된 SCNT의 출시로 온도조절에 의한 발한반응 신경검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제부터는 SCNT에 대해 신경과학회 등 학회와 다양한 매스컴 등을 통한 광범위한 소개, 홍보 및 관련 논문발표 등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CNT 검사에 대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 SCNT를 활용한 발한반응 검사는 법정비급여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마다 금액이 다릅니다(40만워 내외로 알려져 있음). 환자 본인에게는 부담이 작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검사들을 통하여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자율신경증상이나 통증으로 인하여 만성적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 분들에게 이 검사를 통하여 기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최고의 검사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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