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의료 공백에 상급병원들 경영난···‘급여 중단’까지 고려

2024.05.06 07:53 입력 2024.05.06 10:01 수정 배시은 기자

경희의료원 “희망퇴직도 고려할 정도”

의·정 대화 단절 속 추가 휴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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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한 의료인이 통화를 하며 걷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인 경희의료원이 직원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 등을 고려하는 등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에게 보내는 e메일을 통해 “당장 올해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오 의료원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료사태가 11주차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매일 억 단위의 적자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인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휴가·보직수당 및 교원성과급 반납·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자본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도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은 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을 뒀다.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각각 40%, 30%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들의 대화는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태다. 지난주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휴진’을 단행했으며 추가 휴진 가능성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면허정지 처분 등 강경책을 거둬들였으나 의정 간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법원이 내릴 판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중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늘 10일까지 2000명 증원의 근거 자료, 현장실사 조사 자료 등 정부 측 자료를 제출받고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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