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동하는 여성들…‘시민 주도형’ 여혐 근절 운동 불붙어

2016.05.25 22:22 입력 2016.05.25 22:23 수정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내 프로필 사진이 일베에 올라와 성희롱·외모 비하 등 댓글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차마 댓글을 볼 수도 없었다. 남성들이 나를 알아보고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든다. 나는 페이스북에 추모 댓글을 달았을 뿐이다.”

<b>“욕설 담긴 여혐 댓글, 가차 없이”</b> 여성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강남역 화장실 살해 사건의 여성 희생자를 추모하는 여성들을 향해 달린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댓글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욕설 담긴 여혐 댓글, 가차 없이” 여성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강남역 화장실 살해 사건의 여성 희생자를 추모하는 여성들을 향해 달린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댓글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강남역 살인 피해자 추모 댓글을 달았다 남성 누리꾼들에게 ‘신상털이’를 당한 ㄱ씨(20)의 말이다. 온·오프라인 추모 공간에서조차 ‘여성혐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여성혐오 근절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여성단체들은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회견을 열고 “정의로운 외침은 혐오와 폭력에 의해 중단돼서는 안된다”며 “변화를 위한 말하기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국장은 “차별과 폭력을 중단하려고 추모에 나선 여성들이 악성 댓글, 살해 및 강간 협박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권침해를 경험한 당사자, 목격한 분들의 사례를 모아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밤 10시엔 시민들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책임을 묻는 여성혐오적 통념을 깨고 안전한 밤길을 만들기 위해 뭉치자’는 취지였다. 20대 여성을 주축으로 모인 70여명은 서울 지하철 신논현역에서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함께 뭉치고 함께 행동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최나눔씨(23)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죽음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이 겪어온 차별들을 말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함께 행동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26일에도 검은 옷을 입고 근조 표시가 붙은 거울을 들고 또다시 강남역에 모일 예정이다. 주최 측은 “스스로와 주변 시민을 거울 앞에 둠으로써 여성은 모두 혐오 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추고 혐오 범죄에 따른 죽음이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막아야 할 사회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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