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붕괴 우려에…‘실종 구조대장’ 수색 미뤄져

2021.06.18 21:17 입력 2021.06.18 21:24 수정 박미라·류인하 기자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틀째

무거운 발걸음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틀째인 18일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마친 후 걸어나오고 있다. 이천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내부엔 박스 등 인화성 물질 쌓여
미로 같은 구조, 화재 진압 어려움
진입 안 돼 원거리 진화 작업 주력

19일 안전진단·구조 작업 진행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18일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으면서 실종 소방관 1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재개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건물 붕괴 우려가 있는 만큼 화재 진압이 완료되는 대로 안전진단을 실시한 후 구조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전진단과 수색은 19일로 미뤄졌다.

경기이천소방서는 지난 17일 오전 시작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화작업을 이틀째 이어갔다.

이틀간 불에 탄 건물은 뼈대를 드러냈고 검은 연기를 계속해서 뿜어냈다. 건물 중앙부 철골 구조물도 내려앉고, 외벽도 일부 무너졌다. 소방당국은 건물 붕괴 우려와 유독성 가스 등으로 인해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원거리 진화작업에 주력했다.

큰 불길은 이날 오후 4시쯤 잡혔다. 소방당국은 불이 더 이상 확산될 우려는 없으나 잔불 정리를 해야 하고, 내부 진입도 어려워 건물 안전진단은 19일 오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 후 실시하기로 했던 실종 소방관 수색작업도 함께 미뤄졌다.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에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상자와 비닐, 스티커류 등 인화성 물질이 대량으로 쌓여 있고 건물 구조가 미로 같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박수종 경기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가연물이 건물 전체에 가득 차 있는 데다 컨베이어벨트, 선반 등이 복잡하게 있고 내부 구조가 미로 같아 진화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다”고 밝혔다. 상수도 설비가 없다보니 용수공급에도 애를 먹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수십대를 동원해 2㎞ 떨어진 인근 소화전을 이동하며 소방용수를 공급했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전 5시20분쯤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2만7178.58㎡ 규모의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당시 근무 중이던 쿠팡 직원 240여명은 모두 대피했다.

오전 중 불이 잡히는 듯하자 오전 11시20분쯤 화재 현장에 남은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팀원 4명과 함께 지하 2층에 진입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A소방경(52)이 현장에 고립, 이날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A소방경은 당시 대원들에게 “당장 현장에서 탈출하라”고 명령하고, 맨 뒤에서 나오던 중 적재물에 막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통상 구조대 진입 때 대장이 먼저 들어가고 뒤에 선임, 대원 순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탈출 순서는 그 역순”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A소방경의 상태를 ‘고립’에서 ‘실종’으로 전환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A소방경의 위치나 생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어디에 고립돼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아 실종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소방경이 투입될 당시 메고 들어간 산소통은 표준기준 50분, 화재 진압 투입 시 30분가량 사용이 가능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지하 2층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진화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유관기관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벌여 조사한다. 건물 관리 소홀 여부와 스프링클러 등 진화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을 확인했다는 증언이 있다”면서도 “건물이 넓은 만큼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어 향후 조사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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