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바꿔 ‘방송사 길들이기’로 시작, 친여·보수 ‘방송채널 만들기’로 절정

2011.10.07 21:31 입력 송윤경 기자

MB정부의 언론정책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미디어 친(親)정권화’를 통한 여론장악 과정으로 집약된다.

신호탄은 방송사 사장 교체였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최측근인 최시중 한국갤럽 회장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다. 이후 방송사 사장들은 줄줄이 교체됐고,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은 폐지되거나 징계돼 순치됐다.

가장 먼저 폭풍에 휩싸인 방송사는 뉴스보도채널인 YTN이다. MB캠프에서 특보를 맡았던 구본홍씨는 2008년 7월 YTN 사장에 선임됐다. 사장 퇴진운동을 벌인 노조원 6명은 해임됐다.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인기를 모았던 ‘돌발영상’은 폐지와 방영 재개를 반복했다.

같은 시기 KBS에는 국세청 세무조사, 감사원 특별감사가 진행됐다. 정연주 당시 사장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해임됐다. 정 전 사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KBS 사장 자리는 이병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을 거쳐 이명박 후보 캠프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에게 돌아갔다. 비판적인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은 폐지됐다. 가수 윤도현씨와 방송인 김제동씨 등 사회참여형 연예인들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방송출연 금지자들을 담은 ‘블랙리스트 논란’도 불거졌다.

MBC 사장 교체는 2010년 2월 이뤄졌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김우룡, 최홍재씨 등 뉴라이트 출신들로 재편되면서 이 대통령과 15년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씨가 사장에 올랐다. 그 뒤 「뉴스 후」 「W」가 사라지고 「PD수첩」 제작진이 바뀌었다. 손석희 교수는 「100분토론」에서 하차하고 신경민 앵커는 뉴스직에서 물러났다.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에 “고의로 왜곡, 날조했다”고 업무방해·명예훼손 등 혐의로 소송을 걸었으나,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의 또 다른 축은 ‘친여·보수 성향 방송 만들기’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은 이른바 미디어법(신문법, 방송법, IPTV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했다.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각각 10%, 30%, 30%씩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내용이었다.

신문업계의 자본력을 감안하면 이른바 ‘조·중·동’ 정도가 재벌과 함께 새로운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2010년 12월 방송통신위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를 선정했고 보도채널 사업자로는 연합뉴스를 선정했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재투표, 다른 의원을 대신한 대리투표 등의 논란을 낳았다.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신문법,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여당과 정부는 “무효청구는 기각한다”는 대목만 강조하며 이를 무시했다. 오히려 방송통신위와 여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나왔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는 ‘수신료를 인상하는 대신 KBS2TV 광고를 없애 종합편성채널의 숨통을 터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취임 3년8개월, 이명박 정부가 유독 ‘방송’이라는 미디어에 집요하게 칼을 들이댄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시장은 이미 친여보수매체 독과점 상태라는 사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미디어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조선·중앙·동아 3개사의 종합일간지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67.7%라면서 “독과점에 가까운 구도”라고 밝혔다. 이들 보수신문에 방송 진출의 길까지 열어준 것이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현 정권은 국가권력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수구보수 우위의 여론시장을 만들려 했고 이를 통해 장기집권을 도모하려 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여론의 획일화, 다양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강대 원용진 교수(54)는 “이명박 정부가 권위주의적 정치권력을 휘둘러 언론을 재편시켰고, 자본도 방송에 들어오라고 공적 영역의 규제도 풀어버렸다”면서 “그 결과 방송 등 제도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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