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름바꾸기 대환장 파티'의 결말?

2021.03.20 15:35 입력 2021.03.20 20:25 수정 정용인 기자

지난해 1월 ‘아파트 이름 바꾸기 대환장 파티’라는 이름으로 공유되었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공지문 논쟁 사진 /더쿠 스퀘어 게시판

[언더그라운드.넷] “목동도 아닌데 웬 목동? 적당히 합시다. 좀.”

“전세 사시죠?”

“거지냐”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아파트 변경명칭 제안서’라는 의견 서명지에서 필담으로 벌어진 논란이다.

주민들이 제안한 이름은 요즘 흔히 보는 이름들이다.

목동 롯데캐슬 에비뉴,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 (드라마의 영향인지 ‘스카이 롯데캐슬’이라는 이름도 나왔다.)

그러다 누군가 굵은 사인펜으로 ‘그냥 삽시다’라고 남기면서 논란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아파트의 이름 바꾸기 대환장 파티’라는 이름으로 이 사진이 공유된 것은 지난해 1월경.

그런데 3월 중순, 이 사건의 최신 업데이트가 인터넷을 강타했다. 결국 바꿨다는 것이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정문 앞 출입문 위에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이라고 적혀 있다.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자. 엘리베이터 안 ‘대환장 파티’는 왜 벌어졌을까.

이 아파트단지의 공식이름은 신정뉴타운 롯데캐슬이다.

아파트의 주소지는 신월2동이다. 같은 양천구이지만 목동에선 한참 떨어져 있다.

그대로 살자는 측이 내거는 논거는 이렇다. 이름을 바꾸게 되면 우편물이니 뭐니 주소가 달라져 처리해야 할 사안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름을 바꾼 것을 보면 ‘개명찬성파’가 ‘반대파’를 제압한 것일까.

3월 중순, 결국 바꾼 아파트 이름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근황사진. 그러나 구청 측은 아파트 주민들의 이름 변경신청을 거절했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자회의 측은 현재 명칭변경 행정소송 중이다. /더쿠 스퀘어 게시판

관할인 양천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이 아파트 주소지 변경에 대한 공지는 없다.

민원을 찾아보면 2018년경 신월동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목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구만 나와 있다. 이미 목동에 같은 회사가 지은 아파트들이 있는데, 혼동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당시 민원 대상이었던 신축아파트도 아니다. 2014년에 준공·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다.

구청관계자에게 문의해봤다.

“정문에 바꾼 이름을 단 것은 알고 있습니다.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곤란하네요.”

어떤 소송을 말하는 것일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구청 측의 말을 종합하면 ‘개명찬성파’가 승리한 것은 맞다.

세입자 아닌 원소유자 기준으로 전 세대의 80%의 동의를 받아 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고 구청에 요청했고, 구청은 변경 주장 이름 가운데 목동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요청을 거부했다. 현재는 구청 결정에 불복한 아파트 주민 측이 행정소송을 낸 상태라는 것.

앞서 ‘대환장파티의 근황’이라고 찍힌 아파트 정문 앞 사진은 행정소송 근거자료로도 제출되었다. “이미 아파트 측에서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으니 외형상 실체적 요건을 만족하는 이름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구청 측의 입장은 완고하다.

“이름 하나 때문에 실제 시세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재산권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주민들 주장은 이해한다. 그런데 랜드마크라면 또 모르는데 목동은 법정동 명칭이다. 실제 지역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목동 센트럴이라는 이름 때문에 목동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로 착각하고 계약하는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센트럴이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은 아파트의 주소지가 신월2동 중앙로길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입주민대표자회의 측의 주장이다.

아파트 주민들의 개명 요청에 구청 측이 거절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아파트 측에 따르면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이라는 이름을 내건 건 지난 3월 초다.

정리하자면, 아파트 측이 종전의 이름 대신 목동이 들어간 새 이름을 내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청은 주민들의 요청을 거부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아직 법적으로는 이 아파트의 이름이 바뀐 것은 아니다.

오늘의 팩트체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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