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내 돈 내놔” 직원들 “내보내 달라”···머지포인트 본사 ‘아수라장’

2021.08.13 14:16 입력 2021.08.13 16:10 수정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의 서울 영등포구 본사 사무실에 13일 머지포인트를 환불 받기 위해 몰려든 이용자들이 환불 약속을 촉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강한들 기자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의 서울 영등포구 본사 사무실에 13일 머지포인트를 환불 받기 위해 몰려든 이용자들이 환불 약속을 촉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강한들 기자

“어딜 도망가려고, 당신들 나가려면 다른 직원하고 교체해. 사장한테 전화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환불 처리할 것인지 답해라.”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사무실은 아침부터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불 받으려는 가입자들이 몰려들면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쉴새 없이 고성이 오갔고, 사무실 분위기는 내내 험악했다.

오전 10시35분쯤 사무실로 올라온 가입자들은 포인트 환불 약속을 확실히 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머지플러스 직원 2명은 누구도 답을 하지 못했다. 성난 가입자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느냐”면서 “확답하지 않으면 사무실을 점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직원 한명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119에 구급 신고를 요청했고, 오전 10시52분 방호복과 페이스 실드를 한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신고한 직원을 이송하려고 했지만, 가입자들이 ‘119에 신고해 한 사람씩 빠져나가려고 한다’며 이송을 막아서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했다. 이에 직원들은 ‘감금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경찰이 진입하면서 사무실 일대는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낮 12시쯤 경찰이 직원 이송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가입자들이 통로를 막아서면서 실패했다.

머지포인트는 사실상 ‘2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으로, 티몬·위메프와 같은 e커머스에서 머지포인트를 구입해 앱에 등록하면 제휴 편의점과 대형 마트,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8만원어치 포인트를 사면 제휴사에서 10만원 어치를 쓸 수 있는 구조다. ‘알뜰족’의 호응 속에 서비스 시작 2년7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68만명을 끌어모으기도 했던 머지포인트는 지난 11일 돌연 판매를 중단하고 결제 업종을 대폭 축소했다. 그러자 포인트를 쌓아뒀던 포인트 가입자들이 대거 본사로 몰려가 환불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머지플러스 본사는 수백명이 몰려들면서 건물 바깥까지 250m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선결제한 가입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까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정우씨(42)는 “180만원 충전했었고, 이제 30만원 남았다”며 “엊그제까지도 은행에서 연간 회원권을 팔고 있었는데, 지금은 (회사가)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온 60대 여성 A씨는 피해액을 묻자 “집에서 알면 나는 쫓겨난다”며 대답을 피하기도 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모임’ 회원을 대상으로 장당 1만원을 받고 환불 요청서를 대필해준다는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가입자 B씨는 “처음에는 선의로 대필을 해줬는데, 요청이 많아지는 바람에 이제는 수고비를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8명으로부터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건물 밖에서 가입자들이 환불 신청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강한들 기자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건물 밖에서 가입자들이 환불 신청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강한들 기자

가입자들은 피해자 모임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과 환불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많은 가맹점들이 머지포인트 거래를 중단시킨 가운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직 포인트 사용 가능한 제휴사 명단’이 돌면서 해당 식당과 카페에 사람들이 몰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제휴사를 찾아가 수십만원 어치를 결제해 음식이나 물건으로 바꿔가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잇따른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제 ‘인증샷’도 여러 건 올라왔다. 반대로 영문을 모른 채 피해를 본 제휴업체 주인들의 사연도 속속 올라왔다.

포인트 사용 가능 업소 명단에 올랐던 서울 중구의 한 커피 전문점 업주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어제부터 머지포인트 결제를 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도 계속해서 문의가 오고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머지포인트 사용 불가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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