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밟으면 화상 입는다?···제설제 둘러싼 오해와 진실

2022.12.21 11:02 입력 2022.12.21 16:00 수정 전지현 기자

제설 작업 중인 지난 2019년 2월15일 서울 세종로 모습. 이준헌 기자

하늘에서 흰 눈이 쏟아지는 날, 땅에서는 ‘흰 가루’ 살포 작전이 펼쳐진다. 흰 가루는 눈의 어는 점을 낮춰서 도로가 쉽게 얼어붙지 않게 하는 제설제다.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제설제에 들어가는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 등의 성분 때문에 마냥 고맙게만 여길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제설제를 둘러싼 흔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오해: ‘반려견이 제설제 밟으면 화상?’ 🤔

이미지 크게 보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강아지 제설제’를 검색한 결과. ‘눈 올 때 산책 주의할 점’ ‘제설제가 강아지들에겐 위험하다?’ 등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제설제가 반려견에게 화상을 입히거나 발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제설제를 씻어낼 때 물에 녹으면 온도가 올라가 화상을 입는다거나, 염화칼슘이 발을 건조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풍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눈 오는 날 산책하던 강아지가 염화칼슘을 밟고 아픈 듯 깨갱했다’는 후기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8살짜리 푸들을 키우는 이유진씨(26)는 “겨울에 산책할 때는 제설제 있는 곳을 주의하며 다닌다”며 “아예 깨끗하거나 눈이 수북한 곳은 걷게 하지만, 아닌 곳은 안고 지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강혜림 원장은 “그런 얘기가 널리 알려진 것은 맞지만 직접 제설제로 화상을 입은 강아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작년에 제설제의 끝이 날카로워서 베여 온 사건이 유일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는 “정말 문제가 된 케이스가 있다면 대한수의사회에서 지침이 내려왔을 텐데 아직 그런 바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관련한 연구가 없어 그 누구도 확실히 아니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화상까지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제설제는 닿는 것보다 먹는 경우를 더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강아지가 제설제를 섭취하면 콩팥 등에 무리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진실: ‘제설제가 차량 하부를 부식’

제설제의 주 성분인 염화칼슘은 철의 부식 속도를 촉진시키는 물질이다. 평소 씻어내기 힘든 차량 하부를 부식시키는 원인으로 제설제가 지목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제설제가 뿌려진 도로를 달린 후에는 ‘그때 그때 하부 세차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7년간 운수업에 종사했다는 화물차 운전기사 A씨(54)는 제설제의 양면성을 말했다. “화물차는 세차를 한 번 하는 게 어렵다”며 “제설제를 한참 밟는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차가 어마어마하게 녹이 슨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제설제를 뿌리지 않은 길은 빙판길이 돼서 위험하다”며 “많이 뿌려도 문제, 안 뿌려도 문제”라 했다.

30년 경력의 자동차 정비사 전말영씨(65)도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차체 밑이 녹슬어 오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브레이크 쪽에는 드럼이라는 동그라미 원판이 있는데, 자꾸 제설제가 튀어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하주차장 등 습한 곳에 오래 두면 부식이 더 빨리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손 세차를 해도 제설제는 바닥 사이사이 끼어서 잘 닦이지 않을 수 있다”며 “겨울에는 세차할 때마다 하부 세차를 무조건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진실: ‘제설제가 가로수를 고사시킬 수도’

제설제에 든 염분은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토양의 염분 함량이 높아지면 삼투압 현상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고 심하면 고사에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신호를 잘 알아채야 한다고 말한다. 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나무들이 봄에 잎이 나왔다가도 5월이 지나 갑자기 말라 죽는 일이 잦다”고 했다. 죽기 직전이어도 티가 나지 않다가, 잎을 틔우고 난 뒤 ‘짠 흙’에서 수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말라 죽는다는 것이다.

경기 수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로수에 제설제가 튀지 않도록 볏짚이나 천으로 차단막을 설치하고 있다. 나무를 고사시키지 않으려면 토양 조사를 해 중화제나 수분을 공급하는 노력 등도 필요하다. 최 대표는 “위해를 덜 주는 친환경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낫지만, 단가가 높아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고 했다. 현재 서울시는 전체 제설제의 25%가 환경부 인가를 받은 친환경 제품이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