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입’ 따라 세 번 바뀐 검찰 수사···기동민·이수진 의원 등 기소

2023.02.23 16:59 입력 2023.02.23 17:51 수정 이홍근 기자

검찰이 ‘라임 몸통’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이수진 의원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2년8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기동민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기 의원은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총선자금과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기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기 의원은 2014년 4월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며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와 관련해 서울시에) 전혀 영향을 못 미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 의원이 받는 혐의의 공소시효(7년)가 오는 27일 일부 도래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의원은 2016년 김 전 사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과 김갑수 전 부대변인도 이들로부터 각각 불법 정치자금 500만원과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표 역시 김 전 대표와 공모해 기 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1억6000만원 상당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2020년 4월24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 진술 의존한 기소” 야당 정치인 반발

기 의원 등의 금품수수 의혹은 2020년 6월 김 전 회장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김씨는 같은 해 3~4월 측근과의 통화에서 “2016년도 선거 때 민주당 김모 의원, 장관 인사. 부산에 모 유력 의원.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그때 그거”라며 “누구냐면 부산. 그 해수부 장관 김영춘이야”라고 말했다. 또 “그리고 저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 갔어. 한 세 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 할 때”라고 했다. 녹취록에는 김 전 부대변인과 기 의원, 이 의원이 필리핀 리조트에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검찰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불러 수사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10월 ‘검찰이 민주당 정치인을 표적 수사했으며 이 대가로 보석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기존 주장을 뒤집었다.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검찰에) 야당(국민의힘) 쪽 로비도 얘기했지만 여당(민주당) 정치인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수사팀은 사실상 해체됐다.

그러나 최근 김 전 회장이 입장을 또다시 번복하면서 또다시 상황이 급변했다. 김 전 회장은 전자장치를 끊고 한 차례 도주한 뒤 붙잡혀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선고 이후 ‘검찰이 회유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A변호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주 A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회장의 입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수사 방향이 3차례 조정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 발표와 진술 번복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과거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사에게 미안한 감정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기소된 의원들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기 의원은 입장문에서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는 거짓된 조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범죄자를 의심해야 한다”며 “검찰은 믿을 수 없는 탈주범, 30년형을 받은 범죄자에 의존해 거짓의 세계에 몸을 담았다”고 했다. 이 의원도 “검찰은 거짓 진술, 오락가락 진술에만 의존해 저를 기소했다”며 “정치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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