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남용 논란에…“범위 제한 입법” “정부·국회 균형 깨져”

2024.06.16 20:57 입력 2024.06.16 20:59 수정 배시은 기자

‘거부권 제한’ 가능할까

윤 대통령 귀국 5박7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공익·권력 분립 원칙 따라’
헌법선 ‘제한 필요성’ 인

전현희 개정안 발의 놓고
“가능해” “과도해” 엇갈려

‘재의결까지 충분한 시간을’
입법조사처서 의견 내기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해 행정부로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공포를 거부하고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국회는 재의 요구를 받으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법률을 재의결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4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같은 날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이 법안들은 자동 폐기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간 거부권을 14번 행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건을 행사한 것과 비교하면 많은 횟수다. 이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논란이 벌어졌다. 본인을 포함한 대통령실의 연루 의혹을 규명하자는 ‘채 상병 특검법’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많은 논쟁을 불렀다.

윤 대통령의 잦고 광범위한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자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등 손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는 건지, 만약 제한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따져봤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어느 정도 제한되어야 한다는 건 헌법에 나와 있다. 공무원으로서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원칙, 권력 분립의 원칙 등에 따라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수반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7조를 보면 모든 공무원은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대통령의 거부권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본인과 가족 등의 이익과 관련된 내용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40조의 경우 정부는 행정권, 국회는 입법권, 사법부는 사법권을 독립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권력 분립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다. 거부권은 국회가 마구잡이로 법안을 만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정부가 거부권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거부권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거부권을 어떻게 제한해야 한다는 걸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의 범위를 제한하고, 국회가 거부권으로 돌려받은 법안을 논의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은 사적 이해관계자인 본인과 김 여사 관련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까지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헌법상 한계를 넘어서 거부권 권한 남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의 범위에 제한을 두는 법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을 실현해야 하는 공무원인 대통령이 본인이나 가족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공정성·중립성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입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거부권 행사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률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부권 행사 범위를 너무 좁혀두면 정부의 권한이 너무 약해져 국회와 정부 간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며 “명분 없는 거부권 행사가 이어진다면 선거 등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 범위를 법률로 제한하기보다는 과도한 거부권 행사를 ‘유권자 심판’으로 견제하자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낸 ‘국회의 책임성과 국회 임기 만료 시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문제’ 이슈 페이퍼는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 국회가 다시 논의 및 재의결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뒤 국회가 재의결하고 정부가 공포하는 절차까지 완료할 수 있는 일정을 국회가 운영되는 날짜 안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하면 국회 임기 만료 직전 대통령이 돌려보낸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보장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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