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모방범,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법원 “정신상태 고려…교화 필요”

2024.06.28 10:54 입력 2024.06.28 14:56 수정 김나연 기자

경복궁 담장 낙서 제거작업 및 국가유산 훼손 재발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가 열린 지난 1월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 문화재 훼손 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문재원 기자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최경서)는 28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설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3년간의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했다. 이에 따라 구속 상태였던 설씨는 석방된다.

재판부는 “예로부터 경복궁을 보존하고자 수많은 노력을 해왔고, 피고인 범행 전날 다른 범죄자가 저지른 낙서 사건에 대해 전국민이 경악했는데 피고인은 아랑곳 않고 모방했다”라면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의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않았고, 범행 다음날 스스로 경찰서 출석해 자백하면서 경위에 대해서 스스로 자세히 진술한 바 있다”며 “실형을 선고하기보다 국가 감독하에 교화하는 것이 보다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설씨는 지난해 12월 경복궁 서문 좌측 돌담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 이름 등을 쓴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설씨는 범행 전날 유사범행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접한 후 관심을 받고자 모방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2월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경찰조사 이후에도 블로그에 ‘안 죄송하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가 끝난 후 최경서 재판장은 설씨에게 “피고인이 여러 정신적 어려움, 가정적 어려움과 제대로 보호받지 않은 점을 통해서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영웅심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왔던 걸로 보인다”라며 피고인에게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 노력해야 하는 점을 이해했나”라고 물었다. 설씨는 “이해했다”고 답했다.

설씨 범행 전날 경복궁 담장에 불법 사이트 이름을 낙서하고, 사이트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언론에 제보한 고등학생들은 지난 19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낙서를 사주한 강모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사이트 운영 경비를 자신의 계정을 통해 결제해주는 등 강씨의 사이트 운영을 도운 조모씨도 같은 날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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