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노잼'인데 억대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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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노잼'인데 억대 연봉?

6분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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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KBS 볼 때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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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7.07. 금요일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라는 기록이 연일 경신되었다죠? 날씨만큼 뜨거운 이슈,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논쟁적인 이슈 전해드려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오늘은 KBS에 관한 기사를 들고 왔어요.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받는 개편안(분리징수)을 의결했거든요. 원래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과 KBS 수신료 2500원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이제는 각 가정에서 KBS 수신료를 낼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방송법 시행령을 바꾼 거예요.

이 일은 대통령실이 지난 3월9일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만든 '국민제안' 페이지에 분리징수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시작됐어요. 이후 여당 쪽은 KBS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KBS를 두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퍼 나르는 방송은 공영방송이 아니라 민주당·민노총 프로파간다 매체"라고 주장했어요. 반면 야당 쪽은 '방송 장악' 계획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정성 훼손 대 방송 장악,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공수만 바꿔가며 취했던 입장입니다([더 보기]에 첨부한 기사 참고해 주세요). 오늘은 여야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는 '공정성'과 '장악' 이야기 말고, 손에 좀 더 잡히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요. 강한들 기자가 방송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쓴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사는 3분 분량이에요.

☑️ 방송 작가 300여명이 최근 성명서를 내고 "공영방송이 아니라면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사회적 약자가 있다"라며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했다.

☑️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KBS 재원이 줄어들고,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작가들은 본다.

☑️ 정부는 넷플릭스를 선택해 구독하듯 수신료 납부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넷플릭스와 '의미'까지 신경써야 하는 공영방송은 다르다.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이 사라질 수 있다"

2023.07.04. 강한들 기자

이소영 MBC 구성작가협의회장(오른쪽)과 허정원 KBS 구성작가협의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허 회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인터뷰 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창길 기자

지난달 26일 구독자 60만명인 유튜브 채널 ‘지식 브런치’는 ‘프랑스에선 왜 시위와 파업이 자주 일어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가 ‘노란 딱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광고주 친화적인 영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노란 딱지를 받은 영상으로는 유튜브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 채널 공지문에는 “검토 요청에서도 같은 판정이었다”며 “아름다운 세상만 올려야 할 모양이다”라는 한탄이 들어 있었다.

지상파 방송에는 더 많은 ‘광고주 친화적이지 않은 영상’이 있다.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가 대표적이다. 시사 프로그램은 기업, 정부 등 권력을 감시한다. <아침마당>, <6시 내 고향> 같은 교양 프로그램은 화제성은 없지만 TV 이외에 다른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친구’가 된다.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S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소속 작가 300여명은 “공영방송이 아니라면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사회적 약자가 있다”라며 “공영방송을 흔드는 분리징수 추진을 우려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가 유튜브의 노란 딱지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난 이소영 MBC 구성작가협의회장과 허정원 KBS 구성작가협의회장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하면 재원이 크게 줄고, 시사·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부터 직격타를 맞을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피사체인 방송, 사회적 약자가 시청자인 프로그램을 하는 게 공영방송의 의미”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KBS는 분리징수를 하면 징수율이 떨어지고 관련 비용도 늘어 수신료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통령실은 국민 제안 홈페이지 국민 참여 토론에서 ‘시청자의 선택권’을 수신료 분리징수의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OTT 등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가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작가들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오히려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영방송의 재원이 흔들리면,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은 물론 <차마고도>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도 사라질 수 있다.

제작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장기 기획 다큐멘터리는 인건비만 따져도 ‘효율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KBS가 제작하는 <환경스페셜>은 다루는 범위가 ‘전 지구적’이어서 해외 취재가 잦고,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허 회장은 “제작비로 따진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KBS는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재원이 있어서 이런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수 있고, 시청자의 선택권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2년 PD수첩에서 해고된 경험이 있다. 이 회장은 이번에도 일자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자체도 점차 줄고 있는데,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마저 축소된다면, 전체 일자리 개수도 감소한다. 이 회장은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를 보면서 MBC에도 제작비가 줄어드는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두렵다”라며 “후배 작가들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사 콘텐츠를 만드는 두 작가는 모두 ‘독립적 재원을 가진 공영방송’의 의미를 강조했다. 허 회장은 “외주제작사, 다른 방송사에서도 일해봤지만, KBS의 다른 점은 재미와 의미라는 방송의 두 요소 중 의미의 비중을 낮추지 않는 것”이라며 “재원이 흔들린다면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도 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기능은 (현재 수신료인)월 2500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한 시민으로 재미만 추구하며 살 수 없다”라며 “넷플릭스가 하지 못하는 ‘언론’의 기능을 하기 위해 공영방송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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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KBS와 OTT를 동등한 선 위에 놓고 비교합니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 중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 것처럼 공영방송 시청 여부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강한들 기자가 만난 작가들의 말처럼 KBS와 넷플릭스는 다릅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가 극히 제한적인 국악, 클래식, 독립영화, 어린이, 지방 이슈에 관한 프로그램을 공영방송만 한 비중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요?

특히, 지금 여당이 가장 불편해할 KBS의 뉴스 프로그램만 봐도 그래요. KBS, MBC, SBS 등 지상파부터 JTBC, 채널A, TV조선 등 종합편성까지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보면, KBS만 뉴스 배열을 유독 달리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요즘처럼 큰비가 내리거나, 태풍이 닥쳤을 때예요. 정규 뉴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재난방송'으로서 법적 책무 때문에 교양·예능 등 다른 프로그램 방영을 멈추고 재난 보도를 편성할 때가 있죠.

모두 탄탄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KBS 예산에서 수신료 수입은 45%를 차지해요. 일괄적으로 수신료를 걷는 게 부당하다고 본다면, 적어도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도외시하고 재미에 치중하는 OTT와 똑같은 선택권을 논하는 건, 주 120시간 노동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인식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따로 걷으려고 해도 선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수신료를 안 내겠다는 집마다 방문해서 TV 유무를 확인할지, TV가 있는데도 안 내는 가정에는 진짜 '페널티'를 줘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정부에는 사실상 대책이 없습니다. 이 점은 강한들 기자의 다른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물론, 공영방송의 고유 역할이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여론이 수신료 분리징수 쪽에 더 기울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결정적으로 상업적 수입이 아닌 수신료가 우리나라 창의산업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공영방송 스스로 확신이 없다. 고품질 역사극이나 고비용 기획물을 제작하는 데 시민이 지불한 준조세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또한 그런 제작이 요소와 유통시장은 물론 유관 산업에 얼마나 승수효과를 창출했는지 남들은 몰라도 공영방송은 알고 있어야 한다. 수신료의 가치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KBS 내 억대 연봉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주장을 두고 시시비비만 따지려고 하지 말고, 억대 연봉을 받으며 제작한 방송의 가치가 충분한지 또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방송사 비정규직

"방송은 참 이상한 괴물이다. 세상을 향해선 온갖 정의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도맡아 전하고 역설하면서도 그런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방송사 내에서 구현되는 것에 대해선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니 말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방송사 책임을 지적한 강준만 교수의 칼럼입니다.

공영방송 희비극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갈아치운 역사를 되짚은 칼럼입니다. 경영진을 교체하는 명분은 '경영 실패' '부실 보도' 등으로 달랐고, 최근에는 '공정성'을 들고 있습니다. 그 명분이 옳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입맛대로 갈고 끝낼 뿐, 아무도 기준과 절차 제도화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유령 영아’의 비극, 어떻게 막을까?

태어난 지 하루 된 딸을 텃밭에 암매장한 친모, 갓 태어난 아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친부, 2명의 신생아를 살해해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친모….

‘영아 살해’ ‘영아 유기’ 뉴스들이 부쩍 자주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정부가 지난 8년간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름도 기록도 없이 세상을 떠난 ‘유령 영아’들의 뒤늦은 부고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중입니다.

이 같은 ‘유령 영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가 통과됐어요. 부모의 고의 혹은 태만으로 아동의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만든 거예요.

그런데 출산통보제가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들의 ‘병원 밖 출산’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부모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익명 출산이 양육 포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이 맞붙고 있는 상황이에요.

‘유령 영아’의 비극을 막아낼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아래 버튼을 눌러 독자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다음 점선면에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