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신지예를 주목한다

2021.03.13 03:00 입력 2021.03.13 03:01 수정 최현숙 구술생애사

최현숙 구술생애사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4·7 재·보궐 선거에 관한 글을 쓰면서 서울시장 선거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어, 다른 지역 다른 선거의 시민들에겐 죄송한 마음이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는 박원순과 오거돈 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범죄가 그 시작이다. 게다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날름 붙이는 꼼수개정으로 후보를 낸 민주당의 철면피함을 생각하면, 집권여당이 대놓고 시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속속 결정되고 있는 후보들과 선거판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감정과 시간의 낭비이며,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탄에 빠진 민생을 생각하면 보궐선거로 인한 예산낭비 또한 기가 찰 노릇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나 다시 몰려오고 있는 대기오염보다, 작금의 정치야말로 극심한 공해라 하겠다. 보수정당 저들만의 말잔치인 서울시장 선거판에, 신지예 서울시장 예비후보(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푯대에 세운 ‘팀서울’ 선본의 발족과 활동은 더없이 반갑고 감사함을 넘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정치이며 누가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가? ‘팀서울’은 이가현(성평등 부문), 류소연(문화예술), 이선희(여성안전), 은하선(성소수자인권), 공기(살림경제), 소란(기후위기생태전환) 등 여섯 명의 부시장후보들과 더불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끈질기게 제도개선 활동을 해온 현장 활동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여전히 주택과 신공항 건설 등 토목건설정책이 ‘그린뉴딜’이라며 시민을 바보 취급하는 정치에 맞서, 생태와 순환을 통해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팀서울’의 정책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주목받기를 바란다. 서울시장 후보시절 공약했다 당선된 후 혐오세력의 위세에 밀려 박원순 스스로 걷어찬 ‘서울인권헌장’ 선언이 서울시민에게 다시 선택받기를 고대한다. 박원순의 무산에 맞서 서울시청 점거 무지개농성을 했던 2014년 겨울 성소수자들과 지지 시민들의 뜨거운 울음과 열정이, 지난 한 달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전환자 여성 세 명의 원통함이, ‘팀서울’의 선거활동과 투표장에서 다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무소속 ‘팀서울’에게 첫 번째 벽은 ‘서울시민 2000명 이상의 자필 추천 서명’이다. 우선 이번 주말 신촌 유플렉스 앞,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석촌호수 수변무대(서호), 양천 행복한백화점 야외광장 등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 추천인 서명을 받는다고 한다. 기존 정당들이 국민세금으로 수십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는 반면, 이들은 선거기탁금 5000만원을 비롯한 선거비용 역시 일일이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정의당과 녹색당 등 진보정치를 희망하는 정당과 당원들이 ‘신지예와 팀서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기를 갈망한다. 유권자로서 자존심이 상해 투표장에 갈 마음이 없는 시민들이, 이번 기회에 마음껏 찍고 싶은 후보와 정치 활동가와 정치집단을 키우기로 작심하기를 고대한다. ‘신지예와 팀서울’에게 주는 돈과 표는 당장의 성과를 떠나 정치개혁을 열망하며 직접 나선 청년정치 활동가들에게 갈채를 보내는 일이며, 진정한 시민정치의 씨앗에 물을 주고 볕을 비추어 장차 좋은 정치를 키우는 지금의 일이다. ‘신지예와 팀서울’ 덕에 2008년 총선후보로 출마했던 나와 우리들의 선거가 떠오른다.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다양한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함께 사람과 돈과 표를 모았던 ‘성소수자선본’은, 내겐 남은 생 내내 함께할 사람들임은 물론 세상을 사는 입장과 지향을 더 명확하게 해준 각별한 사건이었다. 당신들에게도 평생의 사건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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