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만배 구속에 정진상 통화, 윗선 개입·로비 규명 나아가야

2021.11.04 20:38 입력 2021.11.04 20:39 수정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김 씨는 4일 오전 구속됐다. 이준헌 기자

법원이 4일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에 대한 영장 기각과 석방으로 체면을 구겼던 검찰로서는 이들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수사에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김씨 등은 구속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방식으로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도개공에 최소 651억5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의 뇌물을 주기로 약속하고 그중 5억원을 건넨 혐의, 또 회삿돈 9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민용 변호사(전 도개공 투자사업팀장)의 구속영장이 도망·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지만,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한 이들 네 명에 대한 배임 공모 혐의가 대부분 소명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임의 윗선에 대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 9월29일 검찰의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직전 그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사퇴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돼 있다. 정 전 실장은 입장문을 내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해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제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그가 감추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 그 의문이 다 풀려야 한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민간사업자들이 어떻게 수천억원의 수익을 남기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제는 실체를 하나씩 밝혀낼 때가 되었다. 윗선의 개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남시의회를 둘러싼 로비 및 화천대유 법조카르텔, 정·관계 로비 의혹도 밝혀야 한다. 검찰은 최근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반드시 이 말을 그것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의심을 벗지 못하면 특검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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