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앞 쏟아지는 증시 부양, 자산시장 후유증 우려 크다

2024.02.04 19:33 입력 2024.02.04 20:37 수정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때아닌 주가순자산비율(PBR) 테마주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 내놓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PBR이 낮은 기업의 주가가 갑자기 크게 올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새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20% 넘게 올랐고, 금융·보험·지주사들의 주가도 5~50% 폭등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PBR이 1보다 작으면 기업 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기업 PBR이 낮은 건 성장 전망 등이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외면한 탓이 크다. 한국 코스피의 평균 PBR은 0.9로 2022년 6월 이후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일본처럼 저PBR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강제할 거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PBR 1 미만 상장사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의 압력을 넣어 증시를 부양하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가 상승은 반가운 일이지만, 주식시장이 살아나려면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 상장사들이 지난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이 전년 대비 40% 넘게 감소했고, 상장사 절반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대이고, 올해도 잘해야 2%대 초반이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온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증시 활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총선에서 주식 투자자들의 표를 얻을 요량으로 증시 부양에 ‘올인’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공매도 중단에 이어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완화하고, 주식·채권 투자 소득에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지원을 늘리는 정책도 내놓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의향이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남북 긴장을 완화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현금 배당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주총회 전자투표 의무화나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통해 총수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진정한 힘은 기업 실적이다. 근시안적이고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하는 퍼주기식 증시 부양은 주가에 거품을 일으켜 후유증과 부작용을 불러올 뿐이다.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 가까이 급등해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 가까이 급등해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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