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김대중·노무현을 띄우는 까닭은?

2022.02.20 16:15 입력 조문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세운 지금의 민주당을 과거의 민주당과 갈라치기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발언 과정에서 이 후보 측 인사들은 ‘비즈니스 공동체’ ‘군벌’ ‘끼리끼리’ 등 자극적 용어로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울산 유세에서 “지난 5년 민주당 정권을 아주 망가뜨린 사람들이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 주역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도 양식있고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 그러나 소위 비즈니스 카르텔, 이 사람들 때문에 양식 있는 정치인들은 기를 못편다. 공천도 안 준다. 자기들 지시 안들으면 내쫓아버린다”며 민주당 일부 구성원을 “철지난 좌파 혁명 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끼리끼리 뭉쳐서 비밀 유지되는 사람끼리 이권을 나눠갖고 권력을 유지해가는 것, 이게 민주당의 실체 아니겠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같은날 거제 유세에서도 과거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을 거듭 대비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엔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또 그 전통을 이어간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사람들이 마치 군벌과도 같은 586이념세력에 갇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그게 바로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해 유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노무현 대통령의 원칙이 100분의 1이라도 있다면 이 민주당 정권이 국민을 무시하는 이런 오만과 부패를 일상화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윤 후보의 이러한 발언은 민주당 내 진영 ‘갈라치기’ 전략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화학적 결합이 완전하지 않다고 보고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정부의 주축인 586세력만 타깃으로 삼으면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표심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해군기지 강정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했고, 16일 호남 유세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 이 후보의 민주당과 김대중·노무현 라인은 다르다. 동교동계는 이재명을 좋아하지 않고, 친노친문계열도 이 후보와 거리를 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서 이 후보가 ‘하방’ 얘기를 꺼내며 민주당 선대위를 개편했는데, 그때 인사를 친이재명계로 다 갈았다”면서 “정책 노선도 과거 민주당은 노선이 확실했는데, 지금은 실용주의라면서 국민의힘 공약을 따라하고 있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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