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들 서로 “네가 해라, 비대위원장”···2주째 당 수습 첫발도 못뗐다

2024.04.24 16:57 입력 2024.04.24 18:45 수정 정대연 기자    조미덥 기자

중진들, 지도체제 정상화 중론 속

서로 ‘총대 메라’고 떠넘기는 모습

2개월 남짓 임기에 권한 적어 기피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후 2주가 지나도록 수습 첫걸음인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조차 못 하고 있다. 당 중진 의원들은 혼란을 빨리 수습하기 위해 지도체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서로 총대를 메라고 떠넘기는 모습이다. 이르면 6월 치러질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2개월 남짓 임기의 실무형 비대위라 권한이 적은 데다, 당대표·국무총리·국회부의장 등 노려볼 만한 더 권위 있는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3일 중진 당선인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지만, 4~5선 이상 중진 가운데 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 자리에선 6선 조경태·주호영 의원, 5선 권영세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지만, 당사자들은 고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권 의원은 24일 통화에서 “나는 (비대위원장 직에) 관심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5선 이상 당선인은 권성동·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배숙 당선인까지 총 8명이다. 6선인 조경태·주호영 당선인 중 한 명은 국회부의장이 유력하다. 주호영·권영세 당선인은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된다. 권영세·권성동·나경원·윤상현 당선인은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다.

4선까지 내려가도 상당수가 대표나 원내대표 후보군이다. 4선 당선인은 안철수·김상훈·김태호·박대출·김도읍 의원 등 11명이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나머지 자리는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당선인 중 마땅한 인물이 없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4·5선 의원 중 비대위원장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선 서병수·4선 박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비윤석열계인 서 의원은 당의 중진 재배치 전략에 따라 낙동강 벨트인 부산 북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박 의원도 우세지역인 서울 강남을에서 서울 서대문을로 옮겼다가 떨어졌다. 일각에선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와 영남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온 서 의원에겐 비대위원장을 맡기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맡아서 얻을 게 없는 자리인데 누가 하고 싶겠느냐”며 “게다가 영남이 맡으면 욕먹을 테니, (수도권 인사인) 박 의원이 거론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이 난항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실권은 적은 임시직이면서도 욕은 욕대로 먹을 상황이어서다. 윤 권한대행은 비대위 성격을 실무형, 혁신형으로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도 전당대회를 빠르게 개최하는 데 방점을 뒀다. 불과 2~3개월 동안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게 비대위원장의 주된 역할이란 뜻이다. 그러면서도 당원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 개정 논의와 당정 관계 조율을 책임져야 한다. 앞서 수도권 중심 낙선인들은 혁신형 비대위 구성과 지도부 선출 시 당심과 민심을 50 대 50으로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과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친윤계가 충돌할 경우 비대위원장이 양측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 영광은 없고 상처만 입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 재선 당선인은 “2개월짜린데 누가 한들 달라질 게 있겠느냐”며 “다른 의원들도 ‘누가 하든 상관 없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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