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 번지는 한동훈 대표 출마론 근거는 ①최근 언행 ②낙선인 세력 ③변하지 않는 당

2024.05.06 16:39 입력 2024.05.06 17:54 수정 조미덥 기자    이두리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윤석열과 차별화 시도하는 행보에

본인 정치 계속 의지 지속적 시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당대표로 출마할지가 오는 6~7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한 전 위원장이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에 불과 2~3개월 만에 대표 선거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최근 언행과 수도권 낙선인 중심 지지 세력, 총선 참패 후에도 변하지 않은 당의 모습 등을 근거로 출마 예상이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는 양상이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후 언행에서 정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6일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했고, 지난 3일 함께 일한 당직자 20여명과 3시간 이상 저녁 식사를 하며 “종종 보며 교류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오찬 제안은 건강상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다시 약속을 잡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공격하자 지난달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낙인을 제거하고 윤 대통령에게 당당한 면모를 보이면서 향후 정치 활동을 재개할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달 들어 집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이 지지자들에게 포착되고, 총선을 도운 가수 김흥국씨에게 감사 전화를 한 것이 알려지는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총선 때 자신을 도운 당직자들과 만찬을 하며 찍은 기념사진. 유튜브 어벤저스전략회의 캡처

한 전 위원장이 영입해 수도권 등 험지에 공천했지만 낙선한 지역 조직위원장들은 그의 지원세력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들은 ‘첫목회’를 만들고, 5·18민주화운동을 맞아 광주에서 원외 조직위원장 워크숍을 추진하는 등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1~2개월 남짓 남은 전당대회에서도 큰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당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된다면 지방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원외 조직위원장들과 정치적 이해관계도 맞다.

이들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지우고 당대표 출마를 막으려는 당내 흐름에 반발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영입인사 1호이자 첫목회 창립멤버인 박상수 인천서갑 조직위원장은 이날 SNS에 ‘한 전 위원장의 이·조 심판론 때문’이라는 지적에 “개헌저지선까지 붕괴되려 할 때 전통적 지지층을 총결집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한동훈 원톱 책임론’에 대해선 “우리가 민주당보다 쓸 수 있는 자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원인으로 삼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개헌선까지 무너질 뻔한 상황을 지켜낸 건 한 전 위원장의 공”이라며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몰고 가서 대표로도 나와선 안 된다고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한 원외 조직위원장도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한동훈 책임이 10%도 안 되는데, 그걸 근거로 책임지기 위해 쉬라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대선까지의 정치적 상황, 달라지지 않은 당의 모습이 한 전 위원장을 당대표로 불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출신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2년 후 지방선거고 3년 후엔 대선”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이벤트가 전당대회밖에 없다”고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같은 방송에서 “영남, 60대 이상의 올드한 느낌이 총선 참패 후에도 변한 게 없다. 48년생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과거 느낌이지 미래 느낌은 아니다”라며 “당의 한가로운 모습이 불거진다면 한동훈 본인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전에 ‘이종섭 대사 파견’,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여러 차례 메시지를 전달한 걸로 안다”며 “적어도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