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채 상병 특검’ 거부권 앞두고 총공세···‘탄핵론’도 재점화

2024.05.20 16:06 입력 이유진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김준우 정의당 대표 등 범야권 7개 정당 주요인사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범야권 7개 정당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제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야권에서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야7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회견에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준우 정의당 대표, 김찬훈 새로운미래 정책위의장,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내정자 등 야권 7개 정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대통령이 정당한 명분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니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만약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이는 총선 민심 전면 거부 선언이자 국민안전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며 “부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 즉시 이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법안 통과를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거부권 행사 즉시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오는 22~23일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규탄 성명을 채택할 방침이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28일) 전 주말인 오는 25일 시민사회와 함께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에도 나선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28일 본회의 재의표결에선 민주당 당선인·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여러 방법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개 질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표(찬성표)를 찍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거부권 행사 시 탄핵’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이야기에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되면 결국 어느 시기에는 탄핵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사회자가 ‘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가 된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문제는 도의적 책임, 인간적 책임, 정치적 책임, 법적 책임이 있는데 이 3개가 다 얽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자당 당선인들과 함께 별도로 연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 원내대표는 회견에서 “거부권 행사는 헌법 위반”이라며 “이미 저질러진 법률 위반에 헌법 위반까지 보태진다면 ‘탄핵 마일리지’가 더 크게 쌓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민의힘의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 초선 당선자와의 만찬에서 ‘22대 국회에서 여당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의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서도 탄핵이 언급됐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 발언은)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침해하는 월권적인 발상이자 행위다. 이런 것이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정국의 주도권을 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애초 민주당은 국무회의 당일인 21일 특검법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조국혁신당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면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갑자기 같은날 범야권 기자회견을 연다고 참석 제안을 해왔다”며 “민주당이 큰 정당이고 우리는 예인선·쇄빙선 역할을 약속했으니 별말 없이 (수용)했다”고 말했다.

범야권 7개 정당 주요인사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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