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결정하는 ‘깜깜이’에 보수색 강화, 전문가 중용·친박 배제… 박근혜 인사방향 예고

2012.12.24 21:52 입력 2012.12.26 01:14 수정 이주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24일 첫 인선은 표면적으로 전문가형 발탁과 친박근혜계 배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우 논객을 수석대변인에 기용한 점에서 당초 ‘국민 통합형’ 기조에 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청와대 인선에서도 ‘보수’ 기조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박 당선인이 혼자 결정하는 ‘깜깜이 인사’를 하면서 여론과 동떨어진 인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선인 비서실장에 임명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재선으로 당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한국조세연구원장 출신으로, 이번 대선 때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안종범 의원과 조세연구원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유 의원은 원래 친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계파색이 옅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고 있어 친박근혜계에서도 거부감이 없다는 평이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유일호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당선인과는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박 당선인이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인 18대 국회 때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3년 동안 함께 활동했다. 특히 기획재정위에서는 박 당선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 ‘친박’은 아니지만 ‘옆박’ ”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유 의원은 당초 거명됐던 후보군보다 중량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정책 전문가라는 점을 박 당선인이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당선인이 상임위에서 복지나 재정 지출 관련 법안을 낼 때 ‘이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질문을 하는 편이었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렸다”며 “이번에 저를 지명하면서도 ‘정책 마인드 있지 않으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당선인 비서실은 실무형으로 꾸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박 당선인이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발탁한 것도 언론인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을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 측 한 인사는 “윤 대표가 문화일보 논설위원 시절 박 당선인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그 부분을 오히려 주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유 의원과 함께 이날 대변인단에 임명된 박선규·조윤선 전 대변인이 친박 색채가 옅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당내 계파 간 통합부터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측근은 “친박계 외부에서도 넓게 사람을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친박 인사들에게 언론플레이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하지만 유일호 비서실장의 경우 이미 수년 동안 국회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어 왔고, 조윤선 대변인도 당 대선 후보 경선 단계부터 대변인으로 박 후보를 밀착 수행한 점을 감안하면 당선인이 ‘익숙한 측근’ 2명을 기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극우 성향 윤창중 대표를 기용함으로써 보수색채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개혁적 정책노선을 견지해왔고, 선거 후 야당 지지층에 대해서도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것에 비춰보면 의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중진의원은 “윤 대표는 너무 보수적인 논객인데 뜻밖이다. 솔직히 좀 뜨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익숙한 참모 2명과 친이계 1명, 보수 인사 1명의 분배식 인사의 성격도 엿보인다. 인사 후 당내 반응이 “예상 밖의 깜짝 인사” “특징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 탓에 이번 주말쯤 발표가 예상되는 인수위원장에도 보수 코드를 강화한 인사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 핵심측근들이 “당선인의 정책과 철학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경제민주화 공약 성안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김종인 전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보다는, 2007년부터 정책 스터디를 함께 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나 이한구 원내대표 같은 보수인사가 발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통보안 속에 혼자 결정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이 또한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오늘 인선을 보면 콘셉트가 뭔지, 당선자가 뭘 생각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인수위원장까지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말 큰일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 유일호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으로 낙점된 유일호 의원은 재선(서울 송파을)의 경제 전문가다. 조세·재정정책 전문가로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 유치송 민주한국당 총재의 장남으로,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다. 가족으로는 부인 함경호씨와 1남이 있다. △서울(57)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KDI 연구위원, 조세연구원장, 한국재정학회 부회장,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 18·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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