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 "백의종군하겠다"

2021.09.13 16:09 입력 2021.09.13 17:15 수정 곽희양 기자

정세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경선 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전날까지 경선 선거인단 누적 득표율이 4%대에 그치자 내린 결단이다. 다만 지지 후보를 밝히지는 않았다. 정 전 총리의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총리는 회견 직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적어도 호남 경선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는 25·26일 호남 순회경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면서 캠프 내에서는 중도 사퇴 의견에 힘이 실렸다.

정 전 총리의 경선 후보 사퇴는 충청권 경선 전략이 실패하면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당초 지난 4·5일 충청 순회경선에서 두 자릿 수의 지지율을 얻어 1·2위 주자를 추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득표율은 7.84%에 머물렀다. 지난 11일 대구·경북(3.60%)과 지난 12일 강원(6.39%) 경선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국민과 일반당원 50여만명이 참여한 12일 1차 국민선거인단 득표율 역시 4.03%를 얻는 데 그쳤다.

4.27%라는 정 전 총리의 누적 득표율은 그의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세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직세가 미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누적 득표율 11.35%)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면서 완주 의지가 꺾였다. 이 같은 낮은 득표율은 팬덤의 부재와 정책 차별화의 실패 때문으로 보인다. 중도·통합 이미지를 가진 정 전 총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은 미래 비전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 전 총리가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적 득표율 31.08%인 이 전 대표에게 4.27%의 지지율을 보태준다 해도, 이 지사(누적 득표율 51.41%)를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이 지사는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 지사 지지선언으로 얻을 정 전 총리의 ‘지분’은 사실상 없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4.27% 지지율을 가져가기 위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 지지율은 판세를 좌우할 만큼은 아니지만 추격의 발판을 삼거나 승리를 굳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호남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같은 호남 출신인 정 전 총리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정 전 총리와 오찬 모임을 갖고 “민주정부 4기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거론되는 두 주자간 단일화설에 정 전 총리가 선을 그으면서 흐지부지됐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의 지지세를 받으면 호남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데 한결 유리해진다고 본다. 이 지사는 이날 호남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정 전 총리에 대해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앞으로 정권재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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