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14일 국민의힘은 1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주목도는 낮다. 경선 시작 전부터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인 ‘투스톤 대전’으로 경선판이 얼룩졌고, 갈등이 수습됐지만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에 관심을 빼앗겼다. 대선 경선이 연이어 터진 두 개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면서 컨벤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5일 1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고 11명의 후보 중 8명을 선발한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가운데 진행되는 야권의 경선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대선 경선이 처음부터 이례적인 상황을 맞으며 이리저리 관심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첫 관심을 빼앗아간 사건은 ‘투스톤 대전’이었다. 경선 시작 전부터 주자들 간 경쟁이 아닌 당대표와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 간 힘싸움이 경선판의 중심에 섰다. 윤 전 총장 입당 과정부터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입당 후에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당의 공식 행사에 불참했고, 이 대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윤 전 총장은 곧 정리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그 진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의 경선 준비 과정이나 다른 주자들의 행보가 묻혀버리는 부작용도 나왔다.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경선룰도 확정되면서 ‘투스톤 대전’은 일단락됐다. 애초 15명의 후보가 등록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첫 그림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으로 경선이 묻혀 버렸다. 국민의힘이 ‘박지원 게이트’라며 반격에 나섰고 여야가 프레임 싸움을 하는 동안 경선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자초한 그림이란 지적이 나온다. ‘투스톤 대전’은 본질적으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헤게모니 싸움이었다. 당내 주도권 투쟁으로 대선 전 최대 행사가 돼야 할 경선이 피해를 본 셈이다. ‘고발 사주’ 의혹 역시 언론 보도와 여권 공격이 촉발점이었지만, 야권도 프레임 싸움에 적극 응하면서 당내 경선 과정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 과정에서 당내 대선 주자들의 비전 제시와 공약 경쟁이나 검증이 모두 묻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경선버스’ 출발 전 치열한 토론전 등을 예고했지만, 후보들 간 제대로 된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개의 ‘블랙홀’ 모두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과 관련돼 있지만 아직까지 당심의 변화는 크지 않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 보도 이후에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는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제치며 약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을 한정해서 보면 윤 전 총장 지지가 여전히 높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윤 전 총장은 입당한 직후인 8월 첫주부터 가장 최근 조사(지난 11~12일 조사)까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과반의 지지를 계속 얻으며 부동의 1위 주자로 조사됐다. 지난 11~12일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56.3% 지지율을 보였다. ‘고발 사주’ 의혹 보도가 나온(지난 2일) 뒤 발표된 지난 6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 52.7%를 얻었는데, 이후 조사에선 더 지지율이 높아진 것이다. 홍 의원 상승세 가운데 윤 전 총장 지지율을 지탱하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인 것이다. 다만 추가적으로 의혹이 제기될 경우 타격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추가적으로 윤 전 총장이 의혹과 연루됐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의힘 지지층도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