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자들의 주말 미션 ‘약점을 줄여라’···교회 간 윤석열, TK 간 홍준표

2021.10.10 16:03 입력 박순봉·심진용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이 결정되고 처음 맞은 주말인 10일 주자들은 약점 보완에 집중했다. ‘무속 논란’에 시달렸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성경책을 들고 교회를 찾았다. 당심에선 열세인 홍준표 의원은 보수층이 많은 대구·경북(TK)에 머물렀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호남을 공략하며 확장성에 방점을 뒀다.

본격적인 본경선 일정에 앞서 주자들 간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처가를 “범죄 공동체”라고 공격했고, 윤 전 총장 측에선 “머리와 입부터 세탁하라”며 반격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캠프에 경고를 하고, 홍 의원에게는 “우리는 깐부”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홍 의원이 “캠프 단속부터 하라”고 맞받아치면서 긴장감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본당에서 예배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미션 ‘약점을 줄여라’

‘무속 논란’에 휩싸인 윤 전 총장은 본경선 진출 후 첫 공개 행선지로 이날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찾았다. 성경책을 든 채로 차에서 내렸고,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찬송가에 맞춰 박수를 쳤고, 예배 후에는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면담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린 시절 교회에서 찍은 사진도 올렸다. ‘석열이형 밥 세 공기씩 먹던 여름성경학교 시절’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무속 논란을 잠재우고 이탈 우려가 나오는 기독교계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주말 동안 TK를 찾아 ‘당심 잡기’에 주력했다. 전날엔 대구에 머물렀고, 이날은 경산, 영천, 경주, 포항 등 경북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홍 의원은 국민의힘 경산 당협위원회에서 당원들과 만나서는 “TK에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미래먹거리 토대를 만든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뿐”이라며 TK신공항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탔지만 국민의힘 당원 지지층은 여전히 윤 전 총장에 압도적 지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TK에 힘을 쏟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이날 “원팀 정신으로 캠프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제목의 ‘공개 모집’ 보도자료를 냈다.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2명(조경태·하영제)뿐이다. 여전히 당내에서 입지가 약하다는 한계점을 의식한 행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호남을 찾았다. 자신의 중도적 이미지와 확장성을 강조한 지역 방문이다. 유 전 의원은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당 간담회에서 ‘이재명에 강한 후보’라는 슬로건을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탄핵’을 거론하며 “지나간 일은 서로 서로 이해하고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면서 “앞으로 내년 3월9일(대선일) 이재명과 맞붙어서 진짜 싸워서 이길 사람이 누구냐. 그거 하나만 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 전 지사는 비공개로 재경호남 당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0일 경북 경주시 당협위원회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범죄 공동체” VS 윤 “깐부”…신경전은 더 치열

4강으로 압축되면서 주자들 간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홍 의원의 윤 전 총장 견제는 더욱 거세졌고, 공개되지 않은 2차 경선 결과를 두고도 주자들 간 공방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처가에 제기된 의혹을 부각했다. 지난 9일 대구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 전 총장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거론하며 두 사람이 후보가 되면 “범죄 대선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전 총장 처가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수사중인 상황을 두고는 “범죄 공동체가 됐다”고도 비판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모두 겨냥해 “그렇게 대통령이 돼 본들 국민이 범죄자 대통령을 따르겠느냐”고도 공격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측에서도 거칠게 반응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막말병은 고질”이라며 “머리와 입부터 세탁하라”고 홍 의원을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범죄공동체’ 발언을 거론하며 “착잡하다.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우리에겐 공동의 목표가 있다. 우리가 한 팀이 되어 정권교체를 위해 뛰어야 될 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은 최 수석부대변인의 논평에 대해선 경고 조치를 했다고도 밝혔다. 홍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진화에 나선 걸로 보인다. 하지만 홍 의원은 SNS에 “범죄 공동체라는 말에 윤석열 후보가 발끈했다”며 “캠프 단속부터 하라”고 맞받았다.

2차 경선 결과를 두고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이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순으로 경선 결과를 보도하고, 윤 전 총장 캠프의 김경진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의 ‘4% 승리’를 주장하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홍 의원 캠프와 유 전 의원 캠프는 이날 모두 성명서를 내고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및 재발 방지 등을 촉구했다. 홍 의원 캠프는 조경태 선거대책위원장 명의로 일부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특정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보내 특정 캠프 소속 패널들의 출연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의원과 윤 전 총장 캠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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