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진보는 윤석열 대통령 1점, 보수는 조국 1.9점 최하로 평가도 극단

2024.01.08 06:00 입력 2024.01.08 06:04 수정 배문규 기자

③심판론×심판론

보수·진보 정치인 10명 ‘호감도’ 물었더니

‘우리 편, 남의 편.’ 한국의 진보·보수 유권자들이 주요 정치 지도자들을 평가하는 시선이다. 중도에선 ‘양편’으로 갈라진 정치인 모두에게 호감이 낮았다.

■정치인 최악의 호감도 1위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양 진영에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 10명에 ‘인물 호감도’를 0점에서 10점 척도로 물었다. 보수 쪽 6명(안철수·오세훈·윤석열·이준석·한동훈·홍준표), 진보 쪽 4명(김동연·이낙연·이재명·조국)이 포함됐다.

전체 호감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4.2점)가 제일 높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3.9점), 홍준표 대구시장(3.9점), 오세훈 서울시장(3.8점)이 뒤를 이었다. 여의도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사람들이 적게나마 호감도가 높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6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3.5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3.3점), 윤석열 대통령(3.2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3.2점), 조국 전 법무부 장관(3.2점)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3점대 박한 점수를 받았다. 2012년 대선 후보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호감도가 5점 후반이었던 점(동아시아연구원 여론브리핑 123호)을 고려하면, 10여년 만에 정치인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보층에선 이재명 대표(5.5점) 호감도가 가장 높았고, 조국 전 장관(4.8점), 김동연 지사(4.7점)가 뒤를 이었다. 보수 인사 중에는 이준석 전 대표(2.9점)가 그나마 높았고, 윤석열 대통령이 1.0점으로 최하였다. 응답자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고집불통 국정운영”, ‘바이든-날리면’ 논란 등 각종 사건·사고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다.

보수층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5.9점)이 가장 높았고, 윤석열 대통령(5.4점), 오세훈 시장(5.3점), 홍준표 지사(5.2점)가 뒤를 이었다. 보수층 사이에서 이준석 전 대표(3.3점)는 이낙연 전 대표(3.6점)보다도 점수가 낮았으며, 조국 전 장관(1.9점), 이재명 대표(2.1점)의 호감도가 가장 떨어졌다.

중도층 호감도는 대부분이 진보·보수층 사이인 3점대에 머물렀는데, 그중 윤 대통령(2.8점) 호감도가 가장 낮았다. 심판자 중도는 보수 인사에서는 윤 대통령(2.7점), 진보 인사에서는 조 전 장관(3.2점) 호감도가 제일 떨어졌다.

10점 만점에 평균 3점대 ‘저조’
2012년 대선 때보다 ‘정치 불신’

각 인물들에 대한 진보, 보수 간 호감도 격차도 따져봤다. 이른바 ‘중도 확장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차이가 가장 적은 인물은 이낙연 전 대표(0.4), 이준석 전 대표(0.5), 김동연 지사(0.8)였다. 중도 끌어안기에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4.2)은 윤석열 대통령(4.3)과 함께 격차가 가장 컸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 중에서는 한 위원장에 대해 “행동 대장”이라고 부르는 등 윤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답변들이 나왔다. 여당이 외연 확장을 하려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무게를 실어주는 조사 결과다. 진보 인사 중에선 이재명 대표(3.4) 격차가 제일 컸다. 시민 인터뷰에선 이 대표에 대해 “먼지가 많이 묻은 것 같다”면서 대표직을 내려놓고 의혹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반응들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1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신은 OO당 지지자와 친구가 될 수 있나?

‘각 정당 지지자와 동료·친구·배우자가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는 흥미로웠다. 이념 성향에 따라 서로를 얼마나 가깝고 멀게 느끼는지 살펴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이 각 정당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이념 성향별 정서적 양극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응답자 전체를 봤을 때 ‘직장 동료로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질문에 정의당(33%), 국민의힘(32%), 민주당(23%) 순으로 나왔다. ‘절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질문에는 국민의힘 36%, 정의당 34%, 민주당 25% 순이었다. ‘나 또는 내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질문에는 국민의힘(42%), 정의당(40%), 민주당(31%) 순이었다.

진보 응답자는 보수, 중도 응답자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컸다. 현 집권 정권과 여당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진보층은 민주당 지지자가 불편하다는 답변이 한 자릿수 정도인데 비해, 보수층은 국민의힘 지지자가 불편하다는 답변이 20% 안팎으로 나온 점도 특기할 만한 내용이다. 보수 내부에서 국민의힘을 ‘내 편’으로 보지 않는 심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뜻이다.

중도는 여기서도 정서적 양극화가 진보, 보수에 비해 덜한 편이었다. 방관자는 세 정당 지지자에 불편한 정도가 비슷했으며, 심판자는 국민의힘 지지자에 부정적 감정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원문기사 보기
상단으로 이동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경향신문 뉴스 앱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