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5분 발언’에 당황한 용산··“처음부터 반칙” “얼마나 할말 많았으면”

2024.04.30 13:43 입력 2024.04.30 19:33 수정 유설희 기자    김윤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미리 준비해 온 메시지를 품에서 꺼낸 뒤 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29일 회담에서 이 대표가 15분간 모두 발언을 한 것은 사전 협의를 깬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전했다. 민주당은 “발언 시간을 제한하자는 합의를 사전에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30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3차례의 준비회동을 통해 모두발언 순서와 시간에 대한 룰을 정했다. 양측은 취재진이 있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차례로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회담을 전환하기로 했다. 발언 시간은 3~5분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양측 모두 아주 짧게 하기로 정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같은 협의를 깨고 본인이 먼저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약 15분간 읽어내려갔다. 이 대표는 29일 회담에서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이 퇴장하려고 하자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가지고 왔다”며 “제가 대통령님 말씀 먼저 듣고 말씀 드릴까 했는데”라고 윤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준비했던 모두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이 준비한 모두발언 원고를 회담장에 들고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참모는 통화에서 “대충 이런 톤으로 얘기해야겠다, 마음만 먹고 들어가신 것 같은데 이 대표가 너무 세게 말하니까 (모두발언 없이) 바로 회담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도 “모두발언 할 분위기는 아니다 싶어서 안 하신 거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독재화” “정치 실종” “가족 의혹 정리” 등 이 대표 입에서 강한 워딩이 쏟아지자 윤 대통령이 발언 없이 경청 모드로 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두고 대통령실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예의바른 행동은 아니다” “처음부터 반칙을 한 것”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한 참모는 통화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제1야당의 대표와 대통령과 회동을 하는데 대화의 격에 맞지 않았다. 이 대표 스스로 격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그는 “원고를 써가지고 와서 읽는 건 대변인들이 하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8번이나 영수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런 형태로 하자고 했던 것이냐”고 꼬집었다.

반면 “얼마나 답답했으면”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다른 참모는 통화에서 “정상적으로 예의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야당 대표인데 그럴 수도 있다”며 “700일만에 만났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나.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야당 대표 입장에서는 카메라 있는 자리에서 말을 하지, 없는 자리에서 쓴소리 해놓고 ‘나 이런 말 했어요’라고 한들 그게 전달이 되겠냐”며 이 대표 입장이 일견 이해가 간다고 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전날 회담에 대해 민주당이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등 부정적인 얘기를 토로하고 있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는 사법리스크 해소의 물꼬를 텄다는 측면에서 큰 성과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전날 만남을 계기로 상호 간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면 본인 사법 문제도 윤 대통령에게 얘기할 기회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회담에 배석했던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순서로 모두 발언을 하고 모두 발언은 공개하기로 사전에 합의했으나 발언 시간을 제한한다는 합의는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영수회담에서 야당 대표의 모두 발언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며 “그런데도 모두 발언 시간을 문제삼는 것이 윤 대통령이 ‘잘 듣겠다’고 하는 취지에 맞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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