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연금개혁’ 주도권 욕심에…야당 양보해도 “반대” 완고한 여당

2024.05.27 16:28 입력 2024.05.27 16:41 수정 문광호 기자    박하얀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오른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가진 후 나오며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는 21대 국회 종료를 이틀 앞둔 27일 연금개혁안 합의에 실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보안 제안에 여권 일부에서도 수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입장은 완고했다. 정부가 민주당표 연금개혁에 반대하면서 여당의 협상 여지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29일을 최종 마지노선으로 보고 추가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금 관련 얘기가 있었는데 서로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며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국회 내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렸고 22대 (국회가) 곧 시작되니 그때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해보자고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통한 합의를 제안한 이래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5일 이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에서 나온 안 중 하나인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연금개혁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이번엔 구조개혁과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두 개혁을 한 뭉텅이로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연금운영 핵심 수치들을 조정해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늘리는 개혁을, 구조개혁은 직역연금 등 통합적으로 연금제도의 틀을 바꾸는 개혁을 말한다.

여당 내에서도 야당 안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은 확산 중이다. 이 대표의 주장을 비판했던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처음엔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구조개혁까지 올해 안에 한다는 조건으로 한다면 (여야) 합의를 가져가는 게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미애 의원, 윤희숙·김영우 전 의원,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 등이 수용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 지도부의 협상 공간이 좁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6일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서 연금개혁안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민의힘 당선인들과 만찬에서 “야당 욕을 먹더라도 4대 개혁(의료·노동·연금·교육)은 (임기 내) 마무리 짓겠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통령실이 (국민 의견을) 더 듣고 해야 된다고 입장을 갖고 있으니 당이 전혀 달리 갈 수가 없지 않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라는 점에서 여권에서 주도권을 갖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종료 전 개혁안 처리를 위해 여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8일 아니면 29일에 별도로 연금개혁안 처리만을 위한 (본)회의를 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야당의 양보로 의견이 일치된 모수개혁 처리부터 먼저 하면 된다”고 했다.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일 모수개혁을 위해 여야가 잠정 합의한 5가지 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선 “먼저 모수개혁을 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구조개혁을 하자고 전문가, 국민공론조사단,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안도 안 내놓고 있다”며 “국회 특위가 국민들 참여 속에서 한 게 더 많은데 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여당의 거부가 강할수록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연금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민생을 챙기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는 일단 크게 성공을 한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까지 합의를 통해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에 꼭 필요한 우선과제”라며 “남은 21대 국회에서 합의를 위한 노력을 더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한다면 오는 29일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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